김을은 원광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디자인을 전공했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한 뒤 1980년대 중반 회화로 전향했으며, 1994년 금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자화상과 가족사를 다룬 회화 작업
이후, 2000년대 초부터 드로잉을 중심으로 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해왔다. 회화,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동시대 드로잉의 개념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기획전 《러닝 머신》은
1960년대 플럭서스 작가들이 창조한 ‘경험으로서의 예술’이 갖는 교육적 의미에 주목하여 가르치고 배우는 장으로서의 예술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플럭서스 예술가들은 해프닝, 이벤트, 게임아트, 메일아트 등의 분야를 개척하면서 ‘경험을 창조하는 예술가’와 ‘공동의 창조자 관객’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실험하였다. 이들의 실험은 창작자과 감상자의 엄격한 구분을 깨트리고 창의성과 자발성을 담지한 ‘창조적 시민’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또한
이들은 일상과 예술을 연결하는 플럭서스 키트와 이벤트라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통해 직접적인 경험과 대화, 협업, 의미의 해방 등을 끌어내어 경험에서
배우는 교육학의 모델을 제시하였다. 교사가 된 것을 자신의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이라고 했던 요셉 보이스나 모든 플럭서스 작가들의 스승이었던 존
케이지는 참여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교육의 과정과 연결시켰다. 백남준 역시 “교육적인 것이 가장 미적이며 미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이다”라는 선언을
통해 창조적 놀이로서 예술이 갖는 교육적 전망을 언급하였다.

흥미롭게도 플럭서스가 창조한 ‘경험으로서의 예술’은 오늘날 교육의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체험교육, 통합교육과 깊이 연관된다. 최근,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이라는 과거의 학습모형을 폐기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배움공동체가 생겨나는 것도 ‘배움’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보여준다. 대화하고 탐문하기, 집단적 놀이와 게임 등 직접 수행을 통한 학습은 지식, 정보화 사회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가장 효과적인 배움의 유형이 된다.
이번 전시는 플럭서스 예술가들의 교육적 방법론을 모티브로 삼아, 현대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재설정하고 직접적인 수행을 통한 학습과 학제 간 협업이라는 배움의 유형을 보여주고자 한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경험하며 습득하는
지식과 정보를 재구성하는 능동적 과정이야말로 ‘창조자 관객’ 앞에 높여진 가장 큰 배움의 경로이자 학습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