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꽃의 만다라〉, 2014 © 최정화

흔하디 흔한 플라스틱 뚜껑이 예술품으로 변신한다. 페트병·반찬통·제습제 뚜껑들… 당장 버려도 됨 직한 볼품없는 플라스틱더미들이 작가의 손길을 거쳐 화려한 원색의 꽃이 된다. 알록달록한 꽃밭 같은 작품의 제목은 〈꽃의 만다라〉. 플라스틱 용품을 비롯해 싸구려 일상용품을 소재로 작업하는 설치작가 최정화(53) 씨가 이번엔 일반인과 협업을 시도한다.
 
최 씨는 옛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에서 오는 9월 4일 막올리는 《최정화-총천연색》전(10월 19일까지)에 앞서 ‘모으자 모으자! 플라스틱 뚜껑’ 캠페인을 실시, 일반인들과 함께 대형 설치작품을 만든다.
 
최 씨는 지난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때 한국관, 2009년 옛 기무사 건물(현 국립미술관 서울관)의 옥상에 플라스틱소쿠리를 담 또는 탑처럼 쌓아올린 작가. 해외비엔날레를 포함해 국내외 전시를 통해 때미는 수건, 풍선, 비닐가방 등 별의별 일상용품을 활용하는 실험을 펼쳐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빅센터 광장 등 야외공간에 초대형 조화 한 송이를 설치하고, 건물 외부를 원색 천으로 휘감거나 각양각색 플라스틱통을 쌓아올렸다. 소쿠리·장바구니·먼지떨이·음료수통·세제통·약통 등 용도뿐 아니라 크기·형태·색깔이 제각각인 일상용품들을 현대미술 재료로 탈바꿈시켜왔다.
 
‘멀티플 작가’는 이번에 돔형태 지붕의 천장높은 중앙홀 등 옛 서울역사 건물을 특유의 ‘꽃밭’으로 꾸민다. 고풍스러운 옛 양식당 자리, 가로 20.6m 세로 12.3m의 2층 공간에 플라스틱 뚜껑으로 대형 꽃을 만든다.
 
〈꽃의 만다라〉용으로 뚜껑 30여만 개 모으기 캠페인을 시도하는 민병직 전시감독은 “최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작가만의 예술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예술, 일상의 예술을 일깨우는 기획”이라고 밝혔다. 일반인들은 문화역서울284(홈페이지 http://www.seoul284.org)를 통해 우편발송, 현장 설치 등의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옛 서울역사의 25개 공간별로 다양한 작품이 선보인다. 플라스틱 용기 외에 조화, 응원용꽃술 같은 조악한 재료들은 신기하게도 ‘군집 작업’을 통해, 원래 형태나 쓸모와 다른 미감과 이미지를 펼쳐낸다.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강렬한 꽃의 이미지를 안고 있다. 긴 막대형 빗자루, 대걸레, 먼지떨이들을 한데 모은 〈청소하는 꽃〉과 형형색색 플라스틱 바구니를 쌓은 〈꽃밭-꽃의 연금술〉은 기하학적 조각이나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못지않으며 조명 아래 크리스털처럼 광채를 발한다.
 
작가는 신작과 자신의 소장품 외에 이번 ‘꽃’ 전시용으로 홍콩의 한 회사에서 빌려온, 보험가만 4억여 원대의 〈황금꽃〉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역 야외광장에 7m 높이 플라스틱소쿠리 탑을 8개 설치한 〈꽃의 매일〉은 15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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