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전시전경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오늘날 화단 중진인 서울대 출신 김춘수·서용선·이인현·안규철 작가는 1980년 작가집단 ‘서울, 80’을 결성했다. 서울대 교정과 일상 풍경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찰칵거리는 슬라이드로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펼쳤다. 시간과 공간의 감흥을 기억과 인식 흐름에 따라 포착하고 선보였던 작업들은 이후 묻혔지만 그들의 개별 그림에서 다른 모양새로 삐져나왔다.

이들 사례는 1960~1980년대 진보적 미술인들이 사진을 품고 펼쳤던 실험들이지만, 기억하는 이들은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별로 없다. 사진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모호한 의미를 지닌 장르다. 한국 미술판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 길항하는 가운데 숱한 대가들과 다기한 갈래의 작품을 양산해왔지만, 사진은 다큐멘터리 작가 중심의 독자적 장르 작업 외에도 진보적 전위적 작가들의 표현 매체로써 ‘활용’되어온 다면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장르 중심으로 보는 연구자들은 1960~80년대 실험사진 작업들을 한국 사진가 기술에서 배제하고, 현대미술 연구자들은 사진 장르를 매체수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 창동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지난 연말부터 열고 있는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런 사진 인식의 분열상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주력 작가 36명의 사진 기반 작업과 자료 300여점을 모은 기획자 한희진 학예사는 정통 사진가 아닌 작가들이 사진 매체를 활용한 사례가 너무 많아 역사적 맥락으로 정리해야 하며, 국내 제도권 화단을 대표했던 사조인 앵포르멜(비정형 추상) 회화, 모노크롬(단색조 추상) 회화와 다른 길을 걸은 진보적 예술가들이 사진을 통해 새 미술을 향해 나아갔다고 아퀴를 짓는다.

이런 맥락에서 사진이 반세기 동안 한국 작가들의 언어·감각·사유를 어떻게 변모시켜왔는지 실증하는 작품들을 1~4전시관에 펼쳐놓으며 이야기를 풀었다. 사진을 유력한 표현 수단으로 활용한 선각자인 원로 작가 이승택(94)과 김구림(90)을 시작으로, 80년대의 불온한 시대적 기운을 사진과 퍼포먼스, 판화의 교합으로 뿜어낸 리얼리즘 작가 민정기(77)의 마지막 방까지 지난 50여년간 사진 매체를 쓴 주요 작가들의 작품, 자료들이 처음 한자리에 갈래지어 놓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