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tra-Marine》 전시전경 © 갤러리 신라

김춘수의 작품세계는 80년대 초반 사진 작업과 중반의 ‘창’시리즈 그리고 90년대 ‘수상한 혀’시리즈 작업이 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무제’, ‘희고 푸르게’ 시리즈로 전개되어왔다.

그의 80년대 초 사진 작업에서는,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점이나 행적도 하나의 표현매체가 된다는 독립적인 의미의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카메라를 이용한 작업을 통해, 작업에 표현된 선(線)을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線)이 그려져 가는 동안의 시야(視野)에 주목한 것이다. 이를 통해‘신체화(身體化)’의 개념을 확립하고, 나아가 ‘공간(空間)의 성질’,‘사물과의 관계’의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80년대 중반의 ‘창(窓)’ 시리즈는 ‘안과 밖의 중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종이와 면포 위에 창 혹은 창틀처럼 보이는 선을 긋고, 화면을 아크릴릭 물감과 먹으로 지워가는 작품을 전개했다. ‘창’을 마음(안)과 세계(밖)가 만나는 ‘구조’라고 생각하고, 그런 ‘실재’와 ‘보이는 세계’의 구조적 차이를 ‘지워감의 방식’을 통하여 양자의 구조적 상황을 하나로 통합시키고자 한 것이다.

김춘수의 대표작은 90년대 초부터 발표한 ‘수상한 혀’시리즈 작업이다. 말로 담을 수 없는 언어의 한계 너머에 존재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역설적 의미가 내포되어있는 ‘수상한 혀’시리즈는 언어의 임의성과 그 한계, 즉 ‘혀의 수상함’에 대한 깨달음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무제’, ‘희고 푸르게’의 시리즈에 연속하여 ‘그리기’의 의미에 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작가는 ‘몸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붓이 아닌 신체에 직접 물감을 묻히고 그것을 다시 덮는 행위의 반복을 통하여, 정작 작가는 무엇인가를 ‘그리지 않게’ 되었다. 신체와 물감을 일치시킴으로써 물감은 구체적인 실체로서 화면 위에 자리 잡게 된다.

30여 년 전, 투명한 빛을 머금은 수묵의 느낌을 닮은 서양의 물감인 ‘블루’에 이끌려 시작한 ‘울트라 마린’은 지금까지 김춘수의 작품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요소이다. 진한 보랏빛 청색의 광물성 안료의 이름이면서, 바다를 의미하는 ‘마린’과 초월을 뜻하는 ‘울트라’를 조합한 ‘울트라마린(Ultra-marine)’을 작품의 제목이자 주제로 정하였다. 그는 언어가 가진 다중적 의미의 위트적이고, 사유적인 요소를 개념적으로 차용하고, 동시대 미술에 의문을 던지고, 회화로써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성에 대한 답을 얻고자 끊임없이 실험하고 노력해 오고 있다. 김춘수는 회화 자체의 본질에 근거한 사유적 실험을, 반복이라는 행위를 통해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신라와는 1993년 첫 개인전 이래, 2005년 이후 14년 만에 개최되는 여섯 번째 전시로, ‘울트라마린(Ultra-Marine)’ 시리즈의 200호, 300호의 대형캔버스 작업과 소금을 사용한 신작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김춘수 작가가 수십 년간 이어온 예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을 새로이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많은 관람 바랍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