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MASSIMODECARLO

이탈리아 기반의 갤러리 마시모데카를로의 파리 지점 피에스 유니크(MASSIMODECARLO Pièce Unique)에서 배헤윰의 유럽 데뷔 개인전 《Access》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 배헤윰은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형태로부터 과감히 이탈한 새로운 추상 회화 연작을 선보이며, 기술 매개 현실 안에서 변화해가는 감각의 패러다임을 섬세하게 탐색한다. 형상의 엄격한 재현을 내려놓은 작가는 색채가 자유롭게 섞이고 충돌할 수 있는 회화적 공간을 제시하며, 이와 같은 고정된 구조의 해체는 급격히 가속화되는 정보의 속도와 이미지·기술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은유적 반응으로도 읽힌다.

배헤윰의 작업은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언어적 표현은 물론 비언어적 기호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복합적 코드들—에 대한 예민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그녀의 회화는 단순히 감정이나 직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 중 발생하는 ‘스와이프’나 ‘탭’과 같은 제스처에서 비롯된 움직임을 포착하여 다층적으로 추상화한 결과물이다. 화면의 표면과 배경, 색과 선의 관계를 분석하며, 작가는 시각적 요소들 간의 관계를 정교하게 풀어간다.

배헤윰의 회화에서 캔버스는 자율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라기보다는, 우리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과잉 메시지의 흐름을 반영하는 장으로 작동한다. 구상적 대상을 배제함으로써, 각각의 작품은 의미에 도달하려는 하나의 해독 과정이 되며, 이는 화면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으로, 또는 하나의 메시지에서 다른 메시지로 이동하는 디지털 세계의 흐름 속 ‘접속’(Access)의 은유로 기능한다.

작가가 포착해낸 이 흐릿하고 포착 불가능한 리듬은 오늘날 변화무쌍한 존재 조건에 대한 깊은 몰입의 산물이다. 배헤윰은 디지털 세계와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감각을 회화적으로 담아내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그 회화는 감각과 이미지가 접속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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