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우, <직공들의 방>, 2024, 캔버스에 아크릴과 콘테, 320 x 200 cm ©한선우

〈직공들의 방〉은 여러분을 고요하고 친밀한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오랜 세월 이어온 직조와 재봉의 의식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신체는 흙, 침, 배설물로 지어진 개미집과 같은 자연적 건축물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환기와 온도 조절을 위해 진화한 개미집의 다공성 구조는 인간의 모공, 멍든 피부, 여성의 가슴과 중첩되어 있습니다. 그 구멍들은 마치 열린 창문으로부터 공기를 들이마시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칠고 주름진 신체의 흔적은 낡은 물레와 재봉틀이 자아내는 거미줄과 머리카락에 감싸여 침묵 속에 있었던 여성 노동의 오랜 역사를 반추합니다.

이 방의 서구적 건축 양식과 앤틱 소품들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향수와 억압적 위계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양가적인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안과 바깥, 신체와 물질, 현실과 가상, 유혹과 폭력의 경계에서 오래된 상처의 봉합과 치유의 가능성을 상상합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