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 WOAW Gallery

Woaw Gallery와 Case Studyo는 캐나다 출신의 한국계 작가 한선우의 개인전 《You Have a New Memory》를 홍콩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Woaw Gallery 및 제작 파트너인 Case Studyo와 협업한 첫 개인전으로, 캔버스와 디지털 스크린을 오가며 이미지 중심의 동시대 시각문화와 상품화된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 속에 반영된 현대적 심리에 주목해 온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를 확장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 한선우는 작업의 초점을 ‘디지털화된 기억’으로 넓힌다. 기술 장치들이 개인적이고 집합적인 기억을 무한히 저장하는 저장소가 된 오늘날, 기억은 더 이상 계속해서 되새기고 재구성하는 정신적 행위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즉시 호출되고 반복 재생 가능한 ‘파일’이 되었다. 기기 내 최신 기능들은 알고리즘에 기반해 사용자의 과거 중 일부를 자동으로 선별해 보여주고, 이는 시간적 거리를 지워가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을지를 결정하는 데 개입한다. 이렇게 개인과 공공의 데이터가 얽힌 아카이브는 개인과 공동체의 역사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때로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던 사건이나 감정을 생생한 플래시백으로 호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디지털 기억이 인간 신체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우리는 무엇이 기억할 가치가 있는 과거인지, 기억을 선별하는 데 있어 우리의 주체성은 얼마만큼인지, 유령 같은 타인의 기억이 우리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신체와 인공적 보조물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질문을 떠안게 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에서 한선우는 자신의 디지털 아카이브 속에서 끌어낸 이미지, 텍스트, 비디오에 자동화된 메모리 기능이 제안한 이미지들을 결합해 구성한다. 작가는 이 이미지들을 육체의 기억에 의존해 감각적으로 다시 떠올리며, 기술이 제공하는 시청각적 생생함과 촉각, 냄새 등 기억에 연관된 감각적 흐릿함을 교차시켜 하나의 장면으로 직조한다. 회화의 표면을 피부처럼 다루는 한선우는, 우리의 외부 세계와의 마주침이 새겨지는 상징적 장소로서의 ‘피부’에 주목하며, 기성의 흉터들을 캔버스 위에 새기고, 그 흔적을 성형해 알루미늄 프레임의 골조 위에 감싸는 방식으로 작업을 완성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가상 공간의 찰나적 이미지를 인체화된 캔버스 표면에 물리적으로 고정시키고자 하며, 오늘날 사회에서 기억이 위치하는 장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물리적 신체, 디지털 데이터, 가상 세계가 교차하는 현대의 ‘몸’에 대한 새로운 조형적 상을 구축한다.

한선우는 이전 작업에서처럼,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디지털과 물질적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남기는 흔적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디지털의 경쾌함과 휘발성이 물질의 무게와 밀도와 충돌하거나 어긋나는 순간에 주목하며 작업을 전개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상 이미지 레이어를 쌓는 방식에서 착안해 회화에도 레이어를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평면화된 공간과 반전된 시점을 기반으로 한 기묘한 공간 구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방식은 몽환적인 서사나 불쾌한 환영을 연상시키는 감각을 자아낸다. 한선우는 이러한 회화를 통해 우리가 주변의 상품과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현실,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동시대적 욕망과 불안의 결들을 고찰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