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Swamps and Ashes》, 2023.09.23 – 2023.10.21, 메이크룸 (LA, 미국)
2023.03.22
메이크룸 (LA, 미국)
Installation view ©Sun Woo
미국
로스앤젤레스 갤러리 메이크룸에서 한선우 작가 개인전 《Swamps and Ashes》이 9월 23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열린다. 《Swamps
and Ashes》에서 한선우는 가상 환경 속에서 종종 사라지곤 하는 신체적 감각에 대해 다룬다. 우리의
활동과 ‘공간적’ 접촉의 상당 부분이 점차 디지털 영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우리는 안전한 방 안에 앉아 기기 화면을 통해 공간을 경험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 영상, 그리고
다양한 온라인 자료들에 의존하면서, 우리는 점점 주변 환경과 피부를 맞대는 경험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신작 회화에서 한선우는 기술 매개가 일반화된 사회 속에서 점점 줄어드는 촉각적, 감각적 경험을 성찰한다. 폭우로 흠뻑 젖은 카펫부터 화염에 휩싸여 그을린 실내 공간까지, 작가는
촉촉한 질감이나 두터운 열기와 같은 구체적인 신체 조건을 암시하는 요소들을 회화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신체
접촉에 의해서만 자극될 수 있는 감각들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단서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Brittle Landscape에서는 메마른 농지의 건초 더미가 손만 대도 바스러질
것 같은 바삭함을 환기하고, Dawn in the Grove에서는
뜨거운 금속 표면이 신체에 눌려 납작해지는 듯한 감각을 상상하게 만든다.
한선우는
폭우, 스프링클러와 같은 야외 요소들을 실내로 들여오거나 반대로 실내의 장면을 외부와 뒤섞으며, 내적 공간과 외적 공간 사이를 진동하는 환경을 제시한다. 이는 기술이
우리의 공간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복잡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방 안 창문을 통해 비를 바라보는 순간처럼, 이
같은 병치는 우리가 모니터 화면이라는 매개를 통해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서사와 기억들을 회화의 구성 안에 엮는다. Long Shower와
The Cleanse에서는 자신의 스튜디오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Room of Haze에서는 어린 시절 살았던 아파트에서 바라본 풍경을 활용한다. 특히 Room of Haze에서는
몸의 기억에 의존해 어릴 적 거실의 축축한 공기를 회상한다. 서울의 장마철, 발코니에서 걷어온 빨래가 한가득 걸려 있던 그 시절 어머니의 삶이 환기되는 장면이다.
그의
회화 속에서 묘사되는 신체는 파편화되어 있으며, 취약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이 신체의 기능과 형태를 변화시키는 조건 속에서 인간의 몸이
처한 상태를 탐구해온 한선우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한다. 머리카락에 엉킨 채 부풀어 오른 스펀지나, 건조대에 걸린 피부 조각 같은 신체적 요소들은 오늘날의 신체가 과잉 섭취에 의해 무거워지거나 결핍과 맞서며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을 표현한다. 동시에 작가는 신체를 감각이 외부화되는 ‘경계’로 간주하고, 이를
통해 신체의 외부적 확장을 사유한다. 이러한 신체, 공간, 촉각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 전시는 관람자들에게 매개되지 않은 친밀한 신체 접촉의 순간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진득한 늪지에 몸이 빠져들며 진흙이 살갗을 누르는 감각, 혹은 천천히
타들어가 재가 되어가는 느낌—한선우는 이러한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감각적 상실의 시대에 신체의 존재
조건을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