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sun Jeon, A Tapestry of Weathers, 2024, watercolor on canvas, 80.5 x 117 cm © Galerie Lelong & Co.

“꿈을 자주 꿔요.” - 전현선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르롱에서 2025년 3월 20일부터 4월 30일까지 전현선 작가의 첫번째 개인전 《Here and There》이 개최된다.

작가 전현선은 잠에서 깬 뒤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는 그 희미한 감정들, 인상, 색채, 그리고 하이브리드한 형태들—실제 기억의 불가능한 합성물들—을 포착하고자 한다. 몽환적이긴 하지만, 전현선의 회화는 무엇보다도 매우 구체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미지란 무엇인가, 재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15세기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제단화에서는 창이 풍경으로 열리며 주 장면을 보완하거나 설명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제시한다. 20세기의 마티스는 창을 회화 자체의 알레고리로 변형시켰다. 각 회화는 예술가 내면 세계로 열리는 하나의 창이 되었다. 전현선의 작업에서 창은 구도를 분할하고, 서로 다른 해석과 독해의 층위를 가능하게 한다. 그 안에서 전개되는 대상들은 그녀의 기억과 상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10여 년 전, 보다 구상적인 회화에서 등장했던 동화 속 기억들이 이곳에서는 색채와 물성의 특이한 효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화면 속 삐걱거리는 윤곽선은 전현선이 픽셀화(pixellization)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30년간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는 대부분 디지털 이미지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디지털 이미지는 불분명한 윤곽과 제한된 수의 픽셀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점차 정교해졌다. 작가 전현선은 어린 시절, 픽셀로 구조화된 형상과 공간으로서 비디오 게임을 인식했고, 현재 그녀는 이미지와 재료를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그것을 다시 구현한다. 화면 위의 기하학적 형태들과 평면적인 색면은 그것들이 만들어진 기술적 과정을 드러내며, 나아가 그것 자체가 회화의 주제가 된다.

이처럼 디지털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은 새로운 세대 회화 작가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전현선은 재현의 한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회화가 놓이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문제로까지 그 탐구를 확장한다. 작가는 작품들을 벽에 설치하거나 바닥에 세워 구조물처럼 결합하는 방식을 개발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각 작품이 독립적으로 전시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각 작품은 개별적으로 감상되거나 전시될 수 있으며, 동시에 구조물로 결합되어 제시되기도 한다. 바닥에 세워질 경우, 작품들은 경첩으로 연결되어 병풍처럼 펼쳐진다. 벽에 설치될 경우, 다양한 형식의 그림들이 중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비대칭적으로 배열되어 화면과 관람자 사이의 거리감을 강화한다. 전시 제목 《Here and There》는 회화 속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시점(가까움과 멂)과 더불어, 관람자가 있는 실제 공간(‘여기’)과 회화 속 상상의 세계(‘저기’) 사이의 대비를 함축한다.

작가는 그간 한국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해왔으며(서울시립미술관, 2023; 송은, 2023; 리움미술관, 2022), 갤러리2(서울), 에스더 쉬퍼(베를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24년에는 파리의 장 프랑수아 프라 상 최종후보 3인에 선정되었으며, 2025년에는 에르메스 코리아 쇼윈도 프로젝트 「The Forest of Drawing」(큐레이터 염혜조, 한가을)에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그룹전 《Colors of Korea》에 참여할 예정이다.

전현선은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제주도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