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리는 씨앗, 잎, 꽃, 과일, 불빛, 새 등
자기 주변을 둘러싼 작은 것과 순간을 눈여겨 본다. 그는 자신의 감각을 바탕으로 하여 대상이 지닌 순수한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균형감있게 표현한다. 그는
그리기뿐만 아니라 꼬매기, 엮기, 긁어내기 등 다양한 제스처를
활용하여 작고 고요한 존재와 순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입체적인 움직임에 주목한다. 2019년도에 작가가 쓴 시 〈연금술〉와 함께, 식물의 형상을 떠올리는
수직적인 행잉 조각 〈Alchemy, Transmutation of Matter〉(2023)과 나무 선반 안에 작은 오브제들을 품고 있는 조각 〈모이와 등 II〉(2022)를 선보인다. 우리가 이 순간에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열망하며
비롯된 연금술처럼, 이안리는 자연물이 부서지지 않고 계속해서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이 관찰한
자연물의 한 순간을 금속(브론즈)으로 견고히 바꾼다. 금속화된 순간은 작가의 주머니 속에 간직할 수 있게 되고, 작가는
이를 다른 시간과 장소에 놓아 시시각각 유연하게 바라본다. 그는 〈모이와 등 II〉을 통해 버려진 나무 선반 안에 씨앗, 땅콩 등 부패할 순간에
처한 자연물의 찰나를 금속으로 굳힌 작은 오브제들을 나열함으로써, 작고 연약한 것을 포근하게 끌어안는다. 한편, 전시장 천장에는 ‘밤하늘을
꿰매면 어둠이 없어질까?’라는 작가의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조각 〈Alchemy,
Transmutation of Matter〉이 수직적으로 매달려 설치된다. 작가는 바늘
구멍에 실을 끼우듯 와이어에 작은 금속 부품을 세심하게 끼워넣고, 이를 묶었다 풀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여러 형상으로 변화시킨다. 작은 씨앗에서 발아해 돋아나는 식물의 성장처럼, 이 작품도 사방으로 계속 자라날 것만 같은 가능성을 지닌다. 우리도
이 작품과 같이 무언가 될 수 있는 씨앗을 갖고 있다. 내면 속 씨앗이 새가 될지, 코끼리가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에 불안하면서도, 우리는
한편으로는 소망을 지니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씨앗을 품으며 살아간다. 자신의 일상에 찾아오는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의 씨앗을 면면히 살펴보는 이안리는 이와 같은 보듬는 태도를 통해 자신의 삶 또한 긍정하는듯하다.
서동욱(1974년생)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s de Paris-Cergy를 졸업하였다. 《그늘은 회색보다 더 창백하다》(상업화랑 용산, 2022); 《그림의 맛》(원앤제이 갤러리, 2020); 《더 쇼룸: 여름-바다-눈부신II》(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 《분위기》(노블레스 컬렉션, 2019); 《회화의 기술》(원앤제이 갤러리, 2013)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상업화랑, 서울 (2022); 갤러리 소소,
서울 (2021); 우민아트센터, 청주 (2021);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20, 2020, 2019); 홍익 현대 미술관, 서울 (2017); OCI미술관, 서울
(2016); 일현미술관, 양양 (2013) 등이
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난지 창작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이안리(1985년생)는 Beaux-Arts
de Paris에서 DNAP를 졸업하고, 동미술학교에서 DNSAP를 졸업하였다. 개인전으로 《이안리의 살구 바》(드로잉 스페이스 살구, 2018); 《네. 다섯 개의 거울》(드로잉 스페이스 살구, 2016)을 개최하였다. 이인전 《오렌지 잠》(원앤제이 갤러리, 2023)을 비롯해 경기도미술관, 경기 (2023); 우민아트센터,
청주 (2022); 이강하미술관, 광주 (2022);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22); 스페이스 소, 서울
(2021); 하이트컬렉션, 서울 (2020);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2018); 성북예술창작센터, 서울 (2017) 등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최윤희(1986년생)는 가천대학교 회화과 학사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하였다. 개인전으로
《Mute》(에이라운지,
2023); 《먼 처음에게》(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1); 《Recording Pattern》(OCI미술관, 2019) 등을 개최하였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대전시립미술관-대전창작센터, 대전 (2023);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22); 아마도 예술공간, 서울 (2022); P21, 서울
(2020);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2019) 등이
있다. 2021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전시 지원 작가에 선정,
2019 OCI Young Creatives를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