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lyn Minter, Thigh Gap, 2016, enamel on metal, 182.9 x 219.7 cm ©Eric Firestone Gallery

뉴욕의 에릭 파이어스톤 갤러리가 마사 에델하이트가 기획한 그룹전 《Erotic City》를 선보인다. 뉴욕 출신의 선구적 예술가 마사 에델하이트(1931년생)는 여성의 시선과 욕망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미술사의 지배적 패러다임을 전복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녀의 작품은 관능적이면서도 비판적이며, 유머러스한 요소를 담고 있다. 또한 페미니스트 미술의 중요한 목소리로서, 성적 표현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이를 미술사적 전통과 사회적 맥락 안에서 조명해왔다. 2018년부터 에릭 파이어스톤 갤러리와 함께해온 에델하이트는 1993년부터 2024년까지 스웨덴에서 거주하다 최근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활동하고 있다.
 
에델하이트는 《Erotic City》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포르노그래피와 에로틱 아트의 차이는 무엇인가? 나는 93세다. 이 나이에 에로틱한 전시를 기획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를 뿐, 내 또래의 대부분도 여전히 에로틱한 삶을 살아간다.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이든 몸의 주름진 외형 아래에서도 감각적 경험은 여전히 강렬할 수 있다. 나는 1960년대부터 ‘에로틱하다’고 불리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에로틱한 드로잉을 한 것은 아니다. 내게 그것은 그저 내가 상상한 유쾌한 이야기들을 그린 것뿐이었다. 이러한 드로잉이나 이야기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게 다가오는 것이다.

1959~60년경, 친구가 내게 일본의 ‘Makura Zōshi(마쿠라조시, 베개책)’를 보여줬다. 그것이 내가 처음 접한 에로티카였다. 그리고 이는 내 상상력과 창작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로도 나는 여전히 이 렌즈를 통해 에로틱 아트를 바라본다.

어떤 소설가는 ‘포르노그래피는 한 손으로 읽는 책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에로틱 아트 또한 ‘한 손으로 감상하는’ 이미지와 글이 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포르노그래피와 에로티시즘의 개념은 변하며, 이는 당대의 문화와 정치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종교와 정치적 이념이 무엇이 포르노이고 무엇이 에로티카인지를 결정해왔다. D. H. 로렌스의 에로틱한 소설들은 처음 출판될 당시 포르노로 규정되었으며, 내가 12~13세였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몰래 돌려보던 ‘에로틱한 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차갑고, 비인간적이며, 비자발적이고, 폭력적이며, 굴욕적이고, 임상적인 것으로 본다. 포르노그래피는 상업적 목적을 가진다. 돈을 지불하고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조이며, 때로는 벌칙, 고통, 굴욕, 유아적 환상과 같은 ‘일탈적 욕망’을 충족시키기도 한다. 포르노는 특정한 틀 속에 존재한다. 예컨대 구타, 채찍질, 속박, 노출, 질식, 지배 혹은 복종 같은 것들이다.

반면 에로티시는 감각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자발적이고, 따뜻하며, 유혹적이고, 때때로 유머러스하고 위트가 넘친다. 에로티카는 포르노가 다루는 몇 가지 요소를 포함할 수 있지만, 보다 가볍고 유머러스하며, 미적 쾌감을 동반한다. 에로틱한 경험은 상호적인 연관을 전제로 한다. 손을 잡고, 쓰다듬고, 핥고, 바라보고, 장난치고, 노출하는 과정에서 쾌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에로티카는 우리를 자극하면서도, 고통 없이 감각을 일깨운다.

성기나 유방, 남성의 성기는 본질적으로 포르노적이거나 에로틱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포유류의 신체 기관일 뿐이며, 맥락에 따라 포르노적이거나 에로틱한 의미를 띠게 된다.

포르노그래피는 육체적 흥분을 즉각적으로 유발할 수 있지만, ‘즐거움’을 주지는 않는다. 포르노는 순간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반면, 에로티카는 깊은 미적 쾌감을 선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내가 선정한 작품들이 관객에게 그러한 경험을 선사하길 바란다."
 
마사 에델하이트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에로틱 아트의 흐름을 반영하는 40여 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Erotic City》는 역사적 작품과 동시대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조안 세멜(Joan Semmel)과 마릴린 민터(Marilyn Minter)처럼 관능적인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뿐만 아니라, 에로티시즘을 주요 주제로 삼았음에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작가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를 심화하는 공개 프로그램도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전시 오프닝 리셉션은 3월 13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열린다.

 
참여 작가

헬렌 비어드(Helen Beard), 주디스 번스타인(Judith Bernstein), 폴 카드머스(Paul Cadmus), 미리엄 칸(Miriam Cahn), 조나단 린든 체이스(Jonathan Lyndon Chase), 윌리엄 R. 크리스토퍼(William R. Christopher), 지미 데사나(Jimmy DeSana), 로렌 델라 로슈(Lauren dela Roche), 제인 딕슨(Jane Dickson), 로절린 드렉슬러(Rosalyn Drexler), 마사 에델하이트(Martha Edelheit), 사라 포(Sarah Faux), 메리 프랭크(Mary Frank), 루이스 프라티노(Louis Fratino), 유니스 골든(Eunice Golden), 제나 그리본(Jenna Gribbon), 던컨 해나(Duncan Hannah), 제인 코건(Jane Kogan), 조이스 코즐로프(Joyce Kozloff), 소피 라리모어(Sophie Larrimore), 피에르 르 리쉬(Pierre le Riche), 마커스 레슬리 싱글턴(Marcus Leslie Singleton), 킴 레빈(Kim Levin), 리 로자노(Lee Lozano), 크리스타벨 맥그리비(Christabel MacGreevy), 키스 메이어슨(Keith Mayerson), 마릴린 민터(Marilyn Minter), 제이 미리엄(Jay Miriam), 로즈 네슬러(Rose Nestler), 재니스 노윈스키(Janice Nowinski), 톰 오브 핀란드(Tom of Finland), 레티샤 퀘센베리(Letitia Quesenberry), 박가희(GaHee Park), 클라우디아 렌프로(Claudia Renfro), 캐시 루튼버그(Kathy Ruttenberg), 살 살란드라(Sal Salandra), 미라 쇼어(Mira Schor), 캐롤리 슈니먼(Carolee Schneemann), 라라 슈니트거(Lara Schnitger), 조안 세멜(Joan Semmel), 패트릭 실러(Patrick Siler), 로리 시먼스(Laurie Simmons), 아니타 슈테켈(Anita Steckel), 베티 톰킨스(Betty Tompkins), 카타리나 야네초바 월쉬(Katarina Janečková Walshe), 미아 와이너(Mia Weiner), 한나 윌케(Hannah Wilke), 디디에 윌리엄(Didier William).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