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Sooja © Kim Sooja Studio

김수자는 1990년대 현대 미술이 서구 중심의 관점을 넘어 보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기 시작한 시기에 아시아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전통적인 한국 보따리 천을 활용한 생동감 넘치는 설치 작품과, 보따리를 가득 실은 트럭을 이용한 이동형 퍼포먼스/사회적 조각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빛의 특성을 이용해 공간 전체를 스펙트럼으로 채우는 설치 작품을 발전시켜왔다. 관객을 삶에 대한 철학과 보편적 진리로 이끄는 그녀의 작업 방식은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수자는 1957년 대한민국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서울 홍익대학교와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에서 수학했으며, 1992년부터 1993년까지 뉴욕현대미술관 P.S.1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다. 이 시기 그녀는 처음으로 작품에 보따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따리는 일상에서 물건을 감싸는 큰색 천으로, 바느질과 포장이 여성의 노동과 삶을 상징하는 동시에,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인해 사람들이 이동하고 이주하는 글로벌 시대의 단면을 함축하는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그녀는 대표작 중 하나인 〈바늘여인(A Needle Woman)〉을 제작했다. 이 비디오 작품에서 김수자는 도쿄, 뉴욕, 런던, 멕시코시티, 카이로, 델리, 상하이, 라고스의 번화한 거리 한가운데에서 정지된 채로 서 있는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도시의 혼란 속에서 정적인 요소를 끌어들임으로써, 그녀의 고요한 몸은 마치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속한 공간성과 장소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탐구한다.

2006년, 그녀는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의 크리스탈 궁전에서 〈호흡 – 바늘여인(To Breathe – A Mirror Woman)〉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자연광을 작품의 매체로 활용했다. 이 작품에서 빛은 비물질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공간을 빛으로 감싸면서 한국 전통 오방색과 오행 이론에 기반한 우주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한편, 김수자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한 여러 국제전과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그룹전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1999년에는 기타큐슈 현대미술관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다. 또한,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 2022년에는 프랑스 메스의 생테티엔 대성당에 그녀의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작품이 영구 소장되었으며, 2024년에는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개인전 《호흡 – 별자리 (To Breathe – Constellation)》를 개최하며 공간 전체를 거울로 덮는 작품을 선보였다.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김수자의 장대한 예술 세계는 우리에게 자연의 이치와 세상의 조화 및 균형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녀의 끊임없는 탐구와 창조성은 예술과 문화 부문에서 큰 영예를 받을 만하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