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Cold Rub》, 2023.02.03 – 2023.03.11, PHD Group (홍콩)
2023.02.01
PHD Group (홍콩)
Installation view ©PHD Group
홍콩 PHD Group에서 이은새 작가 개인전 《Cold Rub》이 2023년 2월 3일부터 3월 11일까지 개최된다. 지난 10여 년간 회화 작업을 탐구해온 이은새는 인물과 사물을 다루며 시선, 욕망, 소비의 관계를 탐색해왔다.
그녀의
최근 회화에서 등장하는 대상은 평범한 생활용품—컵, 꽃병, 접시—이지만, 이들은 18세기 후반에 대중화된 우라늄 유리로 제작된 것들이다. 우라늄 유리는
자외선 아래에서 녹색으로 빛나는 특성이 있으며, 이 빛을 통해 인물의 얼굴과 형체가 화면 위로 비스듬히, 혹은 물체 위로 떠오르는 듯 나타난다.
Installation
view ©PHD Group
우라늄
유리는 미량의 방사능을 포함하고 있어 실사용이 어렵다는 오해를 받으며, 주로 소품이나 수집품으로 취급된다. 이 접근성의 제한과 물질이 지닌 특유의 매혹에 이끌린 이은새는 인터넷의 스톡 이미지와 자신의 사진을 포함한
다양한 중고 자료들을 간접적으로 참고하여 회화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진마다 차이가 있는
크기, 색상, 빛, 시간
등의 변수를 화면 속에서 압축하고 병치하면서, 주관적 현실의 경계를 흐려놓았다. 이러한 여러 차례의 변환을 거치면서 관람자와 대상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결국 원본 이미지는 사라진다. 그러나 작가는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만지고 싶은 욕망’이라고 말한다.
Eunsae
Lee, Green Glasses: Plate, 2023, acrylic and oil on canvas,
70 x 90 cm ©PHD Group
한편, 화면 곳곳에는 디지털 스크린의 형체가 자유롭게 떠다니며, 소셜미디어
앱과 온라인 쇼핑몰 속에 고정되어 있던 원래의 자리에서 분리된 상태로 나타난다. “지금 구매하기” “단 1개 남음”과 같은
문구들은 무엇을 판매하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소비를 유도하는 긴박함을 암시한다. 이는 물질적 욕망에서
비롯된 불안을 반영하는데, 우리는 아무리 화면을 쓸어 넘기거나 문질러도 스크린을 뚫고 물체에 닿을 수
없으며, 이는 캔버스라는 매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신작에서 이은새는 실재에 다가가려는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과정을 표현하며, 손에 닿지 않는 이미지들
앞에서 남는 것은 욕망과 좌절의 흔적뿐임을 시사한다. 작품은 보는 이를 시각적으로 만족시키고 기쁘게
하면서도, 결국 도달할 수 없는 감각적 거리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