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 〈I MIND〉, 2014, 장소 특정적 설치, 합판, 페인트, 600 x 400 x 380 cm © 한경우

I MIND (2층 설치)

영어회화에서 ‘I mind’는 신경 쓰인다, 불편하다 등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어떤 대상에 대해 신경 쓰거나 불편하게 느끼게 되는 감정 이전에 그 대상에 대한 사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I mind 라는 말이 나는 생각한다, 나는 상상한다 라는 의미에서 점차 부정적 의미로 변형되었다고 생각한다. 관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세로로 나열된 회색 빛의 띠들을 마주한다.

그것은 관객의 동선에 따라 서로의 간격이 변화하다가 이내 가까이 서면 그것이 어떤 면으로 이루어진 기둥이었음을 알아차린다. 처음 색면들에 불과했을 때는 관객의 상상에 따른 이미지가 투영되지만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그 실체가 확인됨과 동시에 자신이 갖고 있던 이미지는 깨지게 된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서서 면들을 위에서 봤을 때 ‘I MIND’ 라는 글씨가 나타난다. 관객들은 그들이 봤던 면적들은 영어레터 I MIND 가 만들어낸 면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2층에서는 I MIND 라는 글자를 읽지 않고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관객은 I MIND를 보며 스스로 minding을 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I MIND라는 글자를 확인하는 순간은 자신이 그 동안 감상했던 순서를 역순으로 따라가며 처음 작품을 마주했던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이 작업에서 I MIND 의 주체 ‘I’ 는 작가 자신이 될 수도 있고 관객이 될 수도 있으며 작품 스스로가 될 수도 있다.


한경우, 〈Reclaiming a Hat〉, 2013, 실시간 영상 설치, 혼합 매체, 가변크기 © 한경우

Reclaiming a Hat (3층 설치)

내 나이 서른이 되던 해에 21세기 세계에 관한 『도시인의 실제 이야기』라는 책에서 굉장한 그림을 보았다. 그것은 과거에 사람들이 머리에 썼다는 중절모의 그림 이었는데 이것이 그 그림이다.

중절모란 물건은 보기만해도 기분 나쁜 모양을 하고 있었다.책에서는 “중절모는 꼭대기의 가운데를 눌러쓰는, 챙이 둥글게 달린 신사용의 모자로 남자가 외출 할 때 주로 쓰는 모자이다.” 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21세기 도시에서 펼쳐지는 모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색연필을 들고 몇 번의 작업 끝에 내 첫 번째 작품, 〈드로잉 - I〉을 완성 시켰다. 내 드로잉은 이렇게 생겼다.나는 내 걸작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이 그림이 무서워 보이냐고 물어보았다.그런데 그들은, “무서우냐고요? 누가 코끼리를 소화 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보고 무서워하겠어요?” 라고 되물었다.내 드로잉은 코끼리를 소화 시키고 있는 보아뱀의 그림이 아니라 중절모의 그림이었다.…(중략)

생택쥐빼리의 어린왕자 소설이 유명해 지면서 우리는 더 이상 중절모의 모습을 중절모 자체로 보기 힘들어졌다. 항상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형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생택쥐빼리는 당시 일반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중절모를 보아뱀의 형상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어린왕자 소설이 보편화된 현재에는 보아뱀의 형상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내가 작가로서 제시 할 수 있는 것은 중절모가 다시 중절모로 읽히게 만드는 행위일 것이다. 상대적 관점에서 비롯되는 고정관념의 순환을 보여주고자 하였다.관객은 먼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뒤로 돌아가면 그 이미지가 실제 중절모를 촬영하고 있는 실시간 카메라 영상임을 확인하게 된다.


한경우, 〈Plastic Rorschach-black 1-12〉, 2014, 디지털 C 프린트, 70 x 47 cm x (12) © 한경우

Plastic Rorschach (3층 사진)

로샤 검사는 1921년 스위스 정신과 의사인 Herman Rorschach에 의해 개발된 투사적 성격검사이다. 잉크 데칼코마니 기법을 이용해 같은 잉크 형상에서 개인의 심리 상태에 따라 저마다 다른 형상을 보게 된다.

이번 사진 작업은 우리주변에서 흔히 사용되고 쉽게 버려지는 비닐봉지를 촬영해 좌우대칭으로 만든 작업이다. 구겨진 모양은 매우 즉흥적이고 추상적이지만 그것이 대칭의 형상으로 되었을 때 그 대상이 무엇이던 우리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형상을 찾게 된다. 이유는 인간의 형상이 기본적으로 대칭이기 때문에 대칭의 형상에서 친근감을 느낀다. 관객은 비닐봉지 사진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만 그 안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형상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경우, 〈Projected specimen-Deer〉, 2014, 박제 동물, 프로젝터, 가변크기 © 한경우

Projected animals (4층 설치)

박제동물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정지된 동물의 모습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박제된 동물들에 프로젝터 빛을 비추어 그것의 그림자가 인간이 손으로 동물을 흉내 낸 모습이 나오게 하였다.

관객은 작품을 관람하며 자신의 그림자와 겹쳐지는 동물의 그림자를 경험하게 된다. 현재 지구의 많은 동물들은 인간에 의해 사육되고 필요에 의해 희생된다. 잡식성인 인간이 동물의 고기를 취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과정이 전문화되고 공장화 되며 결국 비인간적으로 변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손 그림자 형상을 만들기 위해 뒤틀리고 왜곡된 박제동물의 형상으로 이러한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을 표현하고자 했다. 손으로 동물의 형상과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인간의 부자연스런 노력이 곧 우리들의 기준에 맞춰 현실을 왜곡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조명 대신 프로젝터를 사용한 이유도 영어의 ‘project’ ‘투영하다’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