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는 영상, 조각,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면서도 사물의 배치와 시점의 조절을 통해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에 집중해 왔다. 특히 초기 영상 작업에서는 카메라의 위치와 사물 사이의 거리, 크기와 비례를 정교하게 계산하여 입체적인 공간을 평면적인 이미지로 전환한다. 〈Red Cabinet〉(2005), 〈Tableau with Objects〉(2008), 〈Star Pattern Shirt〉(2011) 등은 일상적인 가구와 물건들이 특정한 시점에서 익숙한 도상으로 인식되도록 구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고정된 카메라와 비교적 짧은 영상의 러닝타임을 활용해 관객의 시선을 화면에 집중시키고, 사물의 이동이나 인물의 등장으로 이미지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을 연출한다.
2011년 개인전 《Red Cabinet》에서는 감시카메라로 촬영한 실시간 영상과 실제 사물들이 놓인 전시공간을 연결하여 이러한 구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화면 속 이미지와 전시장에 흩어진 사물들은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관객의 움직임을 계기로 같은 공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경우의 영상은 정교한 연출과 제한된 시야를 바탕으로 전개되며, 이미지가 성립하는 조건 자체를 작품의 내용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시점의 계산은 관객의 신체적 이동을 요구하는 공간 설치로 확장된다. 〈Triangle, Circle, Square〉(2008)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삼각형과 원, 사각형으로 인식되는 입체의 구조를 탐구했다면, 〈I MIND〉(2014)는 전시장의 건축적 조건과 관객의 동선을 작품의 구성 요소로 활용한다. 합판과 페인트로 제작한 대형 설치물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회색 계열의 수직적인 색면들이 나열된 평면 이미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비스듬하게 배열된 입체 구조물이 드러나고, 위층에서 내려다볼 때 비로소 ‘I MIND’라는 문자를 읽을 수 있다.
관객은 이동하는 동안 서로 다른 형상을 연속적으로 경험하며, 앞서 보았던 이미지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게 된다. 특히 작가는 문자를 읽기 전에 형태를 먼저 바라보도록 유도함으로써 언어적 의미와 시각적 인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한경우의 설치 작업에서는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와 움직임의 순서가 감상 경험을 결정하며, 전시공간은 이미지의 변화와 발견을 조직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칭과 반사, 그림자 역시 한경우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조형적 방법이다. 〈Merge〉(2006)와 〈Green House〉(2009) 등에서 활용한 대칭 구도는 서로 다른 공간과 사물들을 연결하여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시각적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관심은 2014년 제작한 사진 작업 〈Plastic Rorschach〉에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작가는 구겨진 비닐봉지를 촬영한 뒤 좌우대칭으로 배열하여 로르샤흐 검사의 잉크 얼룩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우연히 형성된 비닐의 주름은 대칭 구조 속에서 동물이나 인체를 닮은 형상으로 읽히며, 관객의 상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해 발표한 〈Projected Specimen〉에서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활용한다. 작가는 동물 박제를 자르거나 뒤틀어 익숙한 손 그림자 형태가 나타나도록 만들고, 프로젝터를 통해 그 그림자를 벽면에 투영한다. 두 작업 모두 일상적이거나 구체적인 대상을 인위적으로 변형하여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이미지의 배후에 놓인 물질적 조건을 확인하는 순간 감상의 방향이 달라진다. 한경우는 이처럼 사진과 조각, 투사된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조절하며 시각적 유사성이 성립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최근 작업에서는 기존의 조형적 방법을 유지하면서 재료의 물성과 감각적 경험을 더욱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2021년 개인전 《Anechoic Figures》에서는 무향실의 원리를 적용한 흡음재 조형물을 제작하여 소리의 반향이 사라지는 경험을 작품에 도입했다. 외부의 소리에 응답하지 않는 조형물은 시각적 형태와 청각적 부재를 결합하며, 관객이 작품과 맺는 관계를 새로운 감각의 차원에서 탐색하도록 한다. 2025년 개인전 《Warm Horizon》에서는 대칭과 반사라는 기존의 조형 언어를 환경 문제와 연결한다.
침수된 건물의 지붕을 수면에 반사된 듯한 구조로 재구성한 〈New Landscape〉는 전시장의 계단과 관람 동선을 활용하여 물속으로 내려가는 듯한 신체적 감각을 유도한다. 한편 〈Plastic Islands〉는 비닐봉지를 3D 프린터로 재현하고 푸른색 수지를 입혀 바다 위의 빙하를 연상시키는 조형물로 제작한 작품이다. 'Shimmering Horizon' 연작에서는 비닐봉지의 우연한 형태를 촬영하고 상하대칭으로 배열하여 수평선과 침수된 풍경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한경우는 사물의 물리적 특성과 이미지의 시각적 질서를 결합해 왔으며, 최근에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름다움과 불편함의 공존까지 작품의 내용으로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