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I MIND》, 2014.02.28 - 2014.04.12, 송은 아트스페이스
2014.02.26
송은아트스페이스
Installation view of 《I MIND》 © SongEun ArtSpace
송은미술대상은 지난 11회(2011년)부터 개편되어 예선과 본선 심사로 총 네 명의 수상작가를 선정한 후 전시로 최종 심사하여 대상 1인과 우수상 3인을 확정 짓는다. 대상 수상작가에게는 상금과 함께 수상 년도로부터 2년 이내에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가 지원된다. 올해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그 첫 번째 전시로, 2011년도 대상 수상작가 한경우의 개인전 《I MIND》를 선보인다.
한경우는 바라보는 주체의 시점(視點)과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개개인의 관점(觀點)에 따라 대상이 서로 다르게 인지된다는 점에 관심을 갖는다. 지각에 있어 인간의 시각은 다른 감각 기관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나 시야의 한계로 전체를 보지 못하거나 사회적 • 개인적으로 형성된 관념에 의해 이미지가 왜곡되어 실체와 다르게 인지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시지각(視知覺)의 속성에 주목하여 쉽게 간과해 온 실체와 이미지간의 격차를 다양한 맥락의 작업을 통해 제시해왔다.
국내 첫 개인전 《Red Cabinet》(2011)에서 한경우는 전시장 벽면에 투영된 성조기나 TV 조정 화면의 컬러 바(color bar)와 같은 친숙한 이미지들이 이와 전혀 상관없는 캐비닛, 티셔츠 등의 오브제들을 감시 카메라의 한 시점에서 촬영한 모습임을 보여준 바 있다. 이는 실체의 직시(直視)에 앞서 바라보는 시점과 익숙한 이미지의 관념에 우선적으로 지배될 수 밖에 없는 지각의 한계를 조명한 것이었다.
이후 개인전 《Standard Disorder》(2012)에서 작가는 일정한 ‘기준’이 지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했는데, 크기나 매체에 따라 동일한 이미지가 다르게 지각되는 점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기준에 맞게 이미지가 왜곡된다는 점을 다루었다. 시지각(視知覺)의 상대적 관점을 모색해 온 한경우는 이번 전시 《I MIND》에서 관념이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지각의 맥락을 소재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Installation view of 《I MIND》 © SongEun ArtSpace
전시장에 들어서면 맞은 편 벽면 프레임 안에 다양한 회색 톤을 띄는 수직 단면의 이미지를 마주보게 된다. 작품으로 다가갈수록 평면의 이미지는 입체로 보여지고 결국 여러 개의 기둥으로 된 조형물임을 발견하게 된다.
거리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여지는 본 작품을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I MIND” 알파벳 모양의 기둥임을 알게 되며 결국 밑에서 본 이미지는 거대한 문자 조형물의 일부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주체의 시점과 시야 그리고 문자의 인지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지각되는 〈I MIND〉(2014)는 무한한 사유가 가능한 대상이자 이번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어가 된다.
또 다른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에 『어린 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영상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보아 뱀’ 그림은 이미지의 실체와 상관없이 이를 자신에게 익숙한 ‘중절모’로만 보려는 어른들의 시각에 경각심을 일깨운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이와 유사한 이미지는 ‘중절모’보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으로 더 많이 지각되고 있다.
〈Reclaiming a Hat〉(2013)의 영상은 실제 중절모를 벽 뒤에서 실시간으로 촬영한 이미지로, 관람객이 벽을 지나면 이미지의 실체를 바로 확인하게 된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을 기대한 관람객에게 의 ‘중절모’ 이미지는 자신에게 형성된 고정관념을 깨우치는 이미지로 반전된다. 한경우는 이를 통해 이미지 수용의 척도가 되는 고정관념 또한 가변적이며 순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Installation view of 《I MIND》 © SongEun ArtSpace
〈Plastic Rorschach〉(2014)는 일상에서 흔히 보는 비닐봉지가 다양한 형상을 띄는 사진 작품으로, 투사적(投射的) 성격 검사로 잘 알려진 로샤 검사(Rorschach test)에 착안된 것이다. 스위스 태생의 정신과 의사 허먼 로샤(Herman Rorschach)가 1921년에 개발한 로샤 검사는 좌우대칭을 이루는 총 10개의 잉크 얼룩 이미지를 피검사자에게 보여주고 각각의 이미지를 어떻게 지각하고 반응하는지에 따라 검사가 이루어진다.
본 검사는 잉크 얼룩이 지시하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를 지각하는 개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관념을 도출하는 작용을 한다. 작가는 불특정한 형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로샤 검사의 얼룩에서 이미지의 대칭 구조에 주목한다. 즉, 인간의 형상이 대칭이기에 우리 모두 대칭 이미지에 익숙하며 추상적인 이미지라 하더라도 대칭을 이루면 각자에게 익숙한 형상을 찾게 된다고 본다.
또한 이미지의 실체가 비닐 봉지임을 지각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대칭을 이루는 각각의 봉지가 어떤 형상인지 유추하게 만든다. 이미지는 관람객 주체의 관념과 상상력이 투영되어 지각되기에 무수한 관점이 형성된다.
또 다른 신작 〈Projected Specimen〉(2014)은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개, 토끼, 사슴 등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이들 이미지는 전형적인 손 그림자 형상으로, 관람객은 그림자의 실체가 ‘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림자 각각을 이미지가 표상하는 ‘동물’로 지각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각 작품의 이미지들은 ‘손’이 아니라 ‘실제 동물 박제’가 투영된 그림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손 그림자 형상에 맞추어 동물 박제를 자르고 뒤틀거나 석고를 덧붙여 변형시킨 것이다.
이러한 가시적인 왜곡은 실제 동물의 그림자와 손 그림자가 결코 상응될 수 없는 이미지임을 확연히 보여준다. 작가는 왜곡된 동물 박제의 그림자를 통해 인간의 획일화된 관념과 욕망으로 형성된 이미지와 실체간의 괴리를 투영한다.
Installation view of 《I MIND》 © SongEun ArtSpace
한경우는 각자가 지각하는 대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지각이 갖는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시지각(視知覺)이 갖는 한계와 지각에 개입되는 다양한 관념은 실체와의 괴리를 낳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관념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지각 영역에 주목함으로써 주관적 시점과의 상관관계를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