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씨의 기획공간 3F(삼층)에서 약 한 달간 진행되었던 기획전 《PEER REVIEW: Quantum Dream》은 동료비평이라는 키워드로 한 작품을 초대해 소규모지만 심도 있게 감상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선택된 실험실 씨의 첫 번째 PEER REVIEW의 전시 작품은 작년 킴스아트미술관에서 열린 김덕희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Quantum Dream〉이라는 작품이다. 작품명에 들어있는 ‘Quantum’은 양자역학에서 양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작가는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작용 등에 관심이 있으며, 이 작품 〈Quantum Dream〉을 통해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한 시공간의 인식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덕희, 〈Quantum Dream〉, 2018, LED 디스플레이, 전선, 비디오(13분), 130 x 500 x 160 cm © 김덕희

처음 이 작품을 일견했을 때를 더듬어보면, 짙은 어둠 속 반짝거리는 보랏빛 섬광, 그리고 익숙한 영화 속 멜로디가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전시장 바닥에 널려있는 보랏빛 섬광은 마치 칠흙같은 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은하수를 연상시킨다. 환상적인 기운에 사로잡혀 반짝거리는 불빛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면, 불빛은 이리저리 얽혀있는 검고 가는 전선 더미 위에 불규칙적으로 놓여있다.

게다가 이 반짝거리는 불빛은 전선으로 모니터 화면에 연결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모니터 화면에서 빛의 입자들이 쏟아져 나와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작위로 깜박거리는 빛의 덩어리에 좀 더 집중하다 보면, 보랏빛으로 보였던 작은 불빛의 입자가 빨강, 초록, 파랑의 색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 낸 착시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내 사운드는 바뀌어 있다.


김덕희, 〈Quantum Dream〉, 2018, LED 디스플레이, 전선, 비디오(13분), 130 x 500 x 160 cm © 김덕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른 사운드로 교체되는데, 그 내용은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 가령 출생, 결혼, 장례식 등에 관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운드가 교체되는 순간에도 바닥에 널려있는 작은 빛의 입자는 무작위로 반짝거리고 있다. 오로지 감상만을 통해서는 들려오는 사운드와 빛의 움직임의 상관관계는 포착하긴 힘들다.


김덕희, 〈Quantum Dream〉, 2018, LED 디스플레이, 전선, 비디오(13분), 130 x 500 x 160 cm © 김덕희

이 미디어 설치작품은 대형 LED 디스플레이 모니터에 내장된 LED 픽셀 전구를 분해한 뒤 전선으로 연결한 작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반짝거리는 작은 LED전구의 움직임은 화면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 픽셀의 형태로 해체된 것이다. 〈Quantum Dream〉을 구성하고 있는 9개의 에피소드는 애초에 영상의 형태였을 텐데, 이는 카메라에 포착되는 순간부터 그 자체로의 고유한 시간을 담게 된다.

하지만 작가에 의해 RGB 픽셀로 분해된 빛의 움직임은 프레임을 넘어 시간의 틈을 비집고 나와 특정한 빛으로 포착되거나 그 빛이 아스라이 사라지는 풍경을 목격하게 만든다. 초현실적인 인상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이 작품은 관습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영상의 서사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이미지 너머에 살아 움직이는 삶의 순간들을 담아내는 듯하다.

다시 말해, 작은 픽셀 단위의 빛으로 전체를 이루고 있는 김덕희의 〈Quantum Dream〉은 마치 작은 기억의 편린들,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삶을 이루고 있고, 그것이야 말고 인생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것 같다. 또한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동양적인 정서와 특유의 미디어아트 기법으로 풀어내 인생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