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천, 〈시: sea (2565)〉, 2022, 단채널 비디오(2분 24초), 거울, 돌, 침묵 © 제시 천

제시 천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본격적인 작업 소개는 2023년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이루어졌으며, 이 자리에는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탈언어화의 악보’ 연작도 포함되었다. 이 연작에서 작가는 흑연, 안료, 핀, 로마자 스텐실을 활용해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겹치고, 접고, 파편화하면서 새로운 추상 형태로 변형한다.

“저는 영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새로운 우주론을 지도화해요.”라고 천은 말한다. 이러한 “조각적 드로잉”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되며, 때로는 대형 공공 빌보드 규모로 확대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이 작품들은 문자 그대로 ‘악보’처럼 다뤄지며, 다른 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번역’하고 활성화하도록 초대된다. 종종 퍼포먼스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천은 자신의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해석될지에 대한 통제권을 내려놓는다. “퍼포먼스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실제로 공연이 열리는 그날이 되기 전까지 저도 예측할 수 없어요.”

최근 천은 전통적인 한국적 뿌리와 다시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민속무용가로 활동하다 이후 불교 승려가 되었으며 한동안 가족과 함께 살았던 고인이 된 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할머니는 제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어요. 몇 시간씩 같은 글을 반복해서 쓰는 불교식 수행 같은 것도요. 저도 매일 할머니와 함께 그걸 했어요. 제 생활 일정이 거의 스님 같았죠!”

이러한 반복적인 영적 수행은 최근의 ‘시: concrete poem’ 연작에도 반영되어 있다. 이 작업은 한국 무속의 종이 오리기 방식을 제시 천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제작된다. 천은 이를 “저만의 미친 명상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수천 개의 선을 종이 위에 고된 방식으로 그린 뒤, 그것을 손으로 세밀하게 잘라 추상적인 문자 체계로 만드는 작업이다. “전통적으로 무당들은 굿을 할 때 종이를 오리고, 그것을 영혼을 불러들이는 포털처럼 사용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저는 이렇게 활성화된 종이 오리기가 다른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포털처럼 작동한다는 점이 좋아요. 언어의 가능성을 열어주거든요.”

• 제시 천은 서울역사박물관, 로스앤젤레스의 Commonwealth and Council, 뉴욕 St. John’s University의 Yeh Art Gallery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런던 Whitechapel Gallery와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 서울 국립현대미술관(MMCA)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