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밤, 낮, 달, 비, Speaking in Tongues》 (Commonwealth and Council, 2024) © Jesse Chun

Commonwealth and Council은 제시 천의 로스앤젤레스 첫 개인전 《밤, 낮, 달, 비, Speaking in Tongues》를 선보인다.

제시 천은 영상, 드로잉, 조각, 사운드를 통해 언어와 그것이 차원을 가로질러 번역되는 방식을 긴밀하게 사유해왔다. 그는 가독성을 구성하는 지배적인 체계를 분절하고, 자신이 ‘탈언어화(unlanguaging)’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언어를 의미론적·사회적·위계적 구조로부터 풀어낸다. 특히 영어권 언어 체계 안에서 발견되는 권력의 문법을 파열과 추상의 장으로 삼아, 디아스포라적 경험과 가족사를 엮어내는 새로운 물질적 어휘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민속 및 무속 전통에서 비롯된 소통 방식도 함께 끌어온다. 천의 시각적·음향적 추상은 의미와 시간, 번역 불가능성에 대한 대안적인 기호 체계와 우주론을 불러낸다.

전시장에는 〈시: sea(2565)〉와 〈시: sea(2567)〉이라는 두 점의 영상 조각이 서로 마주보도록 설치된다. 각각은 흑백 단채널 프로젝션과 거울, 돌로 구성되며, 작가의 일기 형식 영상 단편과 언어에 관한 메모를 담고 있다. 한국어로 ‘poetry’를 뜻하는 ‘시’는 발음을 영어식으로 옮길 경우 ‘sea’로 오역될 수 있다. 천은 이러한 오역을 능동적인 시적 형식으로 받아들이며, 영상 속에서 명료성과 선형적 서사를 거부하고 대신 추상적인 텍스트의 포털과 공간적 시를 제시한다.

Jesse Chun, Score for unlanguaging no. 082721, 2021, Graphite, pigment, vellum paper, pins, roman alphabets, eraser. 33.02 × 26.67 cm © Jesse Chun

〈시: concrete poem〉에서 천은 시간과 노동을 수반하는 물질적 명상을 통해 자신만의 아세믹 문자를 만든다. 작가는 부적을 만들거나 다른 세계와 소통하는 데 사용되어 온 한국 무속의 종이 오리기 전통인 설위설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한지 위에 흑연선을 반복적으로 긋고, 자신이 만든 추상 언어의 패턴을 손으로 세밀하게 오려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한국 민속무용가였으며 이후 불교 승려가 된 고인이 된 할머니의 영향도 받았다. 할머니를 통해 작가는 글쓰기를 하나의 형이상학적 수행으로 접했다. 이 작업들은 틈과 그림자,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몸의 발화를 되돌아본다.

전시장 중앙에는 〈score for unlanguaging (천지문 and cosmos, no.071723)〉라는 공중 설치 형식의 조각적 드로잉이 배치된다. 작품 안에는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을 물질화하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원이 존재한다. 드로잉은 영어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별자리를 지도화하기 위해 로마자 알파벳 스텐실을 사용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언어를 능동적으로 중심에서 밀어내는 방식이다.

설치 전체는 천과 한국 전통연희 예술가 Yeonhee(김향수리, 안유희)가 공동 작곡한 사운드 작업 〈nocturne no.071723: score for unlanguaging (천지문 and cosmos)〉를 통해 활성화된다. 이 악보는 한국의 민속 소리를 음향적 추상으로 재해석하며 생동하게 한다. 파편적인 발화와 목소리, 숨, 교감의 소리들이 서로 엮이며 구축되고, 이는 천이 언어를 다루는 방식과 닮아 있다. 언어는 풀어헤쳐진 뒤 새로운 별자리로 다시 구성되며, 성스럽고도 불순한 상태 속에서 다성적인 변이와 비선형적 통로, 새로운 우주를 위한 악보를 불러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