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 운동은 여러 면에서 보편성과 모더니티의 운동으로 수립되었다. 그 막대한 물질적 영향력은 지난 100년의 세계 디자인 역사 속에서 오브제와 건축물, 풍경을 변형시키며 서구 모더니티의 개념을 찬양했다. 근대화 과정의 일부로서 바우하우스는 단순성과 모두를 위한 민주적 조건을 창출하고자 했다. 그 양식과 비전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폭넓게 수용되었으며, 유럽과 미국, 소련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했다. 모두가 발터 그로피우스의 사상을 따랐다.
모더니티의 핵심부를 지배한 바우하우스의 문화적 영향력 때문에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이해 역시 변화했다. 오브제는 측정되고, 분리되고, 억압적으로 변형되어 통합되고 표준화된 근대적 삶의 방식과 하나가 되었다. 도시 풍경과 인공물, 우리의 물질문화는 이러한 헤게모니에 의해 일반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물질문화가 지닌 (원)토착적 정체성, 민속문화, 개인적 이야기, 그 안에 새겨진 역사와 연결된 다양성은 제거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운동은 여전히 우리의 물질적 현실까지 뻗어나와 얽혀 있으며, 토착화된 모더니티로 기능한다.
모더니티에 포함되지 못한 오브제들의 배제된 목소리를 연구하기 위해 마르세유라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마르세유는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민의 역사에 의해 물질문화가 형성된 항구도시다. 85만 명의 인구 가운데 10만 명은 알제리, 이탈리아, 모로코, 튀니지, 터키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온 외국인이다. 서구의 특권적인 진보 패러다임으로서 바우하우스가 남긴 공명을 어떻게 표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배제된 존재들에게 어떻게 목소리를 돌려줄 수 있을까? 이 기념비적인 물질문화와 다른 토착적 오브제들 사이를 어떻게 매개할 수 있을까?
바우하우스 창립 100년 후 진행된 ‘La Grande Transformation’을 통해, 모더니티의 그 운동과 마르세유의 동시대 지역문화 사이에 하나의 매개가 이루어졌다. 그 매개는 일상적인 오브제와 각각의 오브제에 붙어 있는 개인적 이야기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사흘 동안 진행된 퍼포먼스형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집에서 이러한 물건들을 가져오도록 초대받았고, 그 물건들은 디자이너라는 분야의 역사성에 의해 변형되었다. 이 교육적 접근을 통해 그것들은 ‘비원본 바우하우스 오브제’가 되었고, 계속 확장되는 컬렉션과 전시 안에 배치되었다.
역사적인 바우하우스 디자이너, 건축가, 사진가 다섯 명이 이 오브제들의 변형을 이끌었다. 과정의 시작에서는 오브제가 반입되고 그 소유자의 이야기가 기록되었다. 이후 오브제는 곧바로 워크숍으로 옮겨져 엄격한 바우하우스 원칙에 따라 교육받았고, 바로 그곳에서 오브제의 변형 과정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배상으로서의 변형 행위’는 근대화 과정을 시각화하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배제되어 있던 이야기들을 촉발하고 펼쳐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이주와 관련된 서사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흔히 발견되는 다양한 개인적 이야기들도 포함되었다.
모더니티의 오브제와 대립하는 개인의 몸, 이주한 몸, 복수의 몸, 승인된 몸, 구식의 몸은 바우하우스식 교육 과정을 통해 잘리고, 절단되고, 꿰매지고, 다른 재료와 접착되어 ‘완벽한’ 존재 상태로 이행한다. 이러한 퍼포먼스 과정은 오브제 문화 속에서 하나의 패러다임이 차지하는 우위를 보여주는 동시에, 일상적이고 겉보기에 평범한 것과 찬양받고 엘리트적이며 손댈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도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La Grande Transformation’에서 진행된 다섯 개의 워크숍은 각각 나무, 직물, 금속, 플라스틱, 결합부를 주제로 삼았다. 익숙하게 보이는 이 접근법들은 실제로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교육법에서 핵심적인 요소였다. 오브제를 변형하는 행위는 여러 모더니즘 디자인 및 건축 집단 가운데 바우하우스가 누린 명성과 지속적인 영향력에 질문을 던진다. 또한 대량생산과 모두가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디자인을 지향했던 바우하우스의 목표와, 오늘날 ‘디자인 클래식’ 혹은 전시품이 된 현실을 맞부딪치게 한다.
워크숍의 틀은 바우하우스 구성원 다섯 명, Gertrud Arndt, Anni Albers, Alma Siedhoff Buscher, Lena Bergner, Arieh Sharon의 철학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의 철학을 해석하여 각각의 작업을 이끄는 원칙으로 사용했다.
예를 들면 초상화의 구성이 인물의 정체성과 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Gertrud Arndt의 이론, 직조된 선을 통해 엄격한 패턴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 Anni Albers의 믿음, 단위와 모듈을 통해 오브제가 사용자에게 유연한 권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탐구한 Alma Siedhoff Buscher의 접근, 이동·반사·회전을 보편적인 디자인 원리로 바라본 Lena Bergner의 이론, 건축과 사물의 구조가 집단성 또는 타인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 Arieh Sharon의 생각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실제로 적용된 사례 가운데 하나는 한 참가자가 가져온 브래지어였다. 그는 가끔 그것을 사용했지만 착용감이 편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더 이상 브래지어를 입는 일이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에 워크숍에서는 Gertrud Arndt의 철학을 통해 이 오브제의 정체성을 변형했다. Arndt는 여성 자화상의 선구자로 평가되며, 가면과 의상을 사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키곤 했다. 과부, 사교계 여성, 어린 소녀 같은 여성적 전형을 유희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몸을 담던 오브제는 여성의 몸이 아닌 다른 사물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주머니로 변형되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헤어브러시를 가져왔다. 그에게 이 물건은 두 세대 사이의 전승을 의미했다. 모듈 시스템의 원리를 떠올리며 오브제를 나누어 칫솔, 면도용 브러시, 붓, 설거지용 솔, 병 세척용 솔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하나 들어온 오브제는 견과류 오일 병이었다.
빈 유리병에는 원래 소유자의 아버지가 태어난 지역에서 생산된 특별한 오일이 들어 있었다. 그의 어머니와 가족 모두가 이 기름으로 요리를 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오일을 사용하고 냄새 맡고 먹는 행위는 그를 그 지역과 지역문화, 가족에게 다시 연결해준다. 이야기를 해석한 결과, 이 병은 공동체 안에서의 평등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이에 Arieh Sharon의 사고방식을 적용해 소유자와 형제자매를 상징하는 표식을 추가했고, 이를 통해 병이 고유한 역사와 유산, 그리고 더 큰 공동체 안에서 소유자의 존재를 담은 문화적 인공물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