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로, 〈BOTH〉 포스터, 리소그래프 인쇄, 29.7 x 42 cm © 크리스 로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디자이너, 교육자, 그리고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 로 입니다. 저는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를 주로 다루는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인 영역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예술이라는 형태로 연구하고 있으며, 소리와 형태, 공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홍익대학교 교단에서 형태를 다루는 방식과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 《UNPARASITE》 전시에서는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요?

저는 늘 논리적인 것과 직관적인 것이 상충하는 지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평소의 저는 논리적인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매우 직관적인 사람입니다. 숫자는 너무 탄력성이 없고 무뚝뚝하게 느껴진다는 점 때문에 항상 숫자를 싫어했는데, 최근에는 다른 방식으로 숫자를 경험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숫자 2에 대해 탐구해 보았는데요. 저는 항상 2라는 숫자가 관계와 이원론을 나타낸다고 생각해서 흥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공생은 두 개의 부분(또는 개념) 사이의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어떻게 하면 관객이 공간 안에서 이원론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였고, 태극/음양이라는 유사하면서도 서로 다른 개체가 공간 안에서 나란히 작동하게 하였습니다. 


크리스 로, 〈BOTH〉 포스터, 리소그래프 인쇄, 29.7 x 42 cm © 크리스 로

작가님의 작업방식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작업하고 있는 것은 202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그래픽 아이덴티티입니다. 제가 예술적인 태도로 작업에 임할 땐,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음악의 개념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소리를 듣는 것처럼 시각적인 것을 경험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감각적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창작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으시나요?

최근에는 특별히 영감을 받는 장소나 자료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굴에 갇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점점 더 깊은 토끼굴에 빠져드는 것 같아 어디로 가는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매우 흥미롭기도 합니다. 가면 갈수록 보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데, 어쩌면 저에게는 이런 것이 지금 이 순간의 영감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에는 무지개 끝에 놀라운 것이 있다는 아이들이 믿는 미신이 있는데요. 어렸을 때 가끔 이 무지개의 끝을 찾으러 가곤 했지만 결코 가까이 닿을 수는 없었지요.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전히 무지개 끝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 로, 〈BOTH〉 포스터, 리소그래프 인쇄, 29.7 x 42 cm © 크리스 로

작가님에게 공생이란?

저는 우리가 거의 모든 곳에서 공생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들이 우리의 삶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생각과 개념 그리고 영향 및 성격의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끊임없이 서로 얽히고 연결되고 반응합니다. 


실크스크린 연작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계시는데요, 스스로 상업적 비즈니스를 하는 디자이너보다는 작가적 성향이 강하다고 느껴진 때가 있었나요? 디자이너가 작가적인 태도나 성향을 가졌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은데 현실적인 유지 부분에서 고민이 되었던 적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네, 저 역시도 항상 그렇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저의 장점과 성격이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저는 매우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예민하고 비논리적인 사람입니다. 이러한 특성 중 많은 부분이 디자인에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디자인의 비즈니스적인 부분에서 제가 항상 디자인과 씨름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 클라이언트 설득, 예산 관리는 늘 쉽지 않았던 것 같고, 이에 관해서는 끊임없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배우고 끊임없이 도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크리스 로, 〈BOTH〉 포스터, 리소그래프 인쇄, 29.7 x 42 cm © 크리스 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지금 토끼굴 속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 토끼굴 속으로 계속해서 내려가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인해 보려 합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