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D. 매일 고치고 수리하세요》 전시 전경(우민아트센터, 2025) © 장서영

제23회 우민미술상 수상작가 장서영 개인전 《F.O.R.D. 매일 고치고 수리하세요》가 우민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3일까지 장서영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신체와 시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장 작가는 가상과 물리 세계, 몸 안과 밖, 삶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영역을 넘나들며 실존의 조건과 우리 몸이 존재하는 방식에 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존재’ 자체에 관심이 늘 있었다. 당연하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주적 단위로 보면 없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인데 ‘있음’ 자체가 희소한 이벤트고, 왜 우리는 존재하는가를 구체화시키는 문제의 지점들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는 작품 활동 초반 ’사회적 의미의 존재’에 대해 집중했지만 건강 악화를 경험한 후 ‘신체의 존재’를 탐구하게 됐다고 한다.
 
"물리적인 존재는 다 비슷한데 왜 누구는 더 큰 영향력과 존재감을 갖고, 누구는 사회에서 좀 희미하게 보이는지와 같은 실존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건강이 나빠지면서 신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누구나 몸을 갖고 있고, 그 몸에 따라 인지하는 체계도 달라지고, 건강하지 않으면 필터에 노이즈가 낀 것처럼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몸과 감각이라는 부분에 대해 다르게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됐다. 몸은 유한하다는 점, 시간 안에서 영향을 받고 계속 변화한다는 부분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수리와 교체를 필요로 하는 신체를 기기에 빗대서 표현한 점이다.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기계가 어떻게 단종되고 업데이트되면서도 낯설어지는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계속해서 다른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았다.

장서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영상, 텍스트,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여러 매체를 활용하게 된 계기가 확실하진 않다. 어떤 상황을 만들어내는 걸 목표로 하다보니 지금의 작업을 하게 됐다. 여러 작업들을 늘어놓았을 때 작업들이 서로 언급하거나 창조하거나 인용하면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객들이 상황을 종합해 낼 수 있도록 지향하고 있다. 하나의 작업에서 완결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체를 봤을 때 또 다른 이상을 얻을 수 있길 희망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업들 안에 가상의 선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작업했다."

이번 전시는 크게 두 공간에서 작품들은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1전시실에서는 가장 중심이 되는 작품 2가지를 만날 수 있다.

첫번째로 마주하는 작품은 전시 제목과 같은 〈Fix Or Repair Daily〉다. ‘단일 경로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건강검진센터나 대형병원, 고속도로 하이패스, 무빙워크 같이 너무 확실한 길임에도 오히려 더 미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동선과 절차가 명료하지만 미궁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하나의 선을 따라가는 ‘나’ 자신이 계속해서 다른 존재가 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스스로 경로를 개척해가는 게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서 산물처럼 실려 이동되는 와중에 내 몸은 계속 다른 걸로 재조립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자동화라인같은 하나의 길을 따라가며 분열적인 텍스트와 함께 스스로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두번째로 만나는 작품은 재생 기기와 기업, 콘텐츠의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A의 실타래〉다. 테이프가 풀린 카세트 릴을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감으며 ‘가족’이 함께한 자동차 여행 기록을 따라 미궁 같은 타임라인을 탈출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Fix Or Repair Daily〉에서는 ‘테세우스’라는 인물이 미궁을 헤매는 존재로 등장한다면, ‘A의 실타래’에서는 ‘테세우스의 배’라는 계속 다른 것으로 변해가는 고정된 실체가 없는 철학적인 논리로 등장한다. 이렇게 비슷한 형상들 또는 비슷한 의미들이 완전히 똑같은 형식이 아니라 조금씩 변주되면서 여러 작업에 걸쳐져 나오는 일종의 경로를 만들려고 했다. 이런 연결 지점을 관객들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전시실에서는 영상뿐만 아니라 회화, 설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과거의 작업들도 함께 전시됐다. 지난 2019년도에 제작된 〈유어 딜리버리〉, 2021년에 제작된 〈탈피〉, 〈광선드릴〉 등 구작과 신작을 섞어 과거에 담겼던 의미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의 작업을 재맥락화, 현재화하는 시도를 했다. 작품이 그 자체로서 이야기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구성 안에 놓였을 때 또 다른 의미로 풀어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전시를 기획했다. 〈탈피〉같은 작업은 제작 당시에는 단순하게 ‘어떤 유기체로서의 신체 탈피’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A의 실타래〉와 함께 보게 된다면 기기나 업데이트 등 미디어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동시대에도 다양한 종류의 시간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장 작가는 ‘우리는 과연 어떤 시간을 사용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인간에게 부여되는 자연적인 수명, 리듬도 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시간도 있는 것 같다. 시스템적이거나 미디어적인 매체 안의 시간 같은 것들이 생체적 시간과 오류를 일으키는 순간들이 있다. 타임라인 상에서만 존재하는 시간성과 함께 작품을 바라보는 개개인이 어떤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란다.

현재라는 지점에 대해 생각해봤다는 장 작가는 "이번 전시가 과거 작업들이나 현재 작업들을 함께 다루면서 한번 정리하고 갈무리할 수 있는 기회였고 동시에 앞으로를 생각해 볼 수 있던 기회가 됐다"며 "40대를 거치며 고민이 많았는데 창작자로서 재밌고 자유도 높은 준비 과정을 지나면서 순수한 즐거움 같은 것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민아트센터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