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 Busan Biennale 2022

2022부산비엔날레는 근대 이후 부산의 역사와 도시 구조의 변천 속에 새겨진, 또 감추어진 이야기를 돌아보고, 이를 전 지구적 현실과 연결 지어 바라본다. 여기서 물결은 오랜 세월 부산으로 유입되고 밀려났던 사람들, 요동치는 역사에 대한 표현이자, 세계와의 상호 연결을 의미한다. 물결은 또한 우리 삶을 지배하는 기술 환경에서 전파에 대한 은유이면서 해안 언덕으로 이뤄진 굴곡진 부산의 지형을 함축한다. 

‘물결 위’에 있다는 것은 이러한 지형과 역사 위에서 각 개인의 몸이 그 환경과 긴밀히 엮여 있음을 드러내며, 유동하는 땅을 딛고 미래를 조망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전시는 이주, 노동과 여성, 도시 생태계, 기술 변화와 공간성을 중심축으로 삼아 부산의 구체적인 사건과 상황을 참조하고 이에 연결되는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살핀다. 

부산의 뒷골목 이야기가 세계의 대도시와 연결되고 교차하고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각기 다른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제안하고, 나아가 이 서로 다른 우리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단단하게 물결을 딛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바다에 근접한 도시에서는 역사와 픽션이 결합된 상징물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정희민은 이 불온한 상상은 왜 만들어지고 어떻게 역사화되며 사회정치적 리얼리티를 반영하는지를 질문하며 임시적 기념비를 만든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초현실주의자들이 신화적 이미지를 시적으로 변용하여 경계의 존재를 만드는 데 영감을 받아 인어 서사에 접근한다. 로베르 데스노스의 시 〈세이렌-아네모네〉에서 세이렌은 아네모네와 결합하여 대지를 끌어들이고, 물, 불꽃, 음성적 이미지가 결합한 혼성적 존재가 된다. 

작가는 자연물과 통합체가 된다는 이 같은 상상을 바탕으로 인어가 가진 기존의 여성 이미지를 대신하여 인간의 사고를 초월하는 몸의 상상력을 질감, 소리, 빛의 이질적 요소들 및 중첩된 추상적 형태를 통해 표현한다. 아크릴 바디에 잉크젯을 트렌스퍼하는 판화 기법을 활용해 서양과 동양 서사, 자연물의 유기적 형태들과 점성술의 잔상을 포집한 작업에 촉각적 사운드를 더하며 서로 어긋나듯 결합되는 물질 사이의 경계를 포착한다. 

우리 자신의 존재 방식이 여러 비물질적 채널 속에서 유동하는 ‘상태’이자 ‘이미지’로 표출되는 오늘, 물질을 다룬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고 실존은 어떻게 다시 디지털화되는지를 물었던 기존 작업의 연장에서 작가는 신화적 도상을 통해 탈인간, 탈이성적 조형을 시도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