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피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관계를 관찰한다. 초기
작업 〈붉은 리본〉(2008)은 분단국가라는 현실 속에서 쉽게 체감되지 않는 긴장을 두 퍼포머의 제한된
신체 움직임을 통해 드러냈고, 〈배추〉(2008)는 이민과
인종적 편견의 문제를 일상적인 식재료를 매개로 다뤘다. 이후 〈Talk〉(2011), 〈Flag〉(2011),
〈관계의 숨〉(2014)에서는 대화, 거리, 호흡처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요소에 주목하며 관계 속 갈등과 소외, 긴장을
살폈다.
이 시기 신이피에게 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추상적 구조라기보다 서로를 관찰하고 반응하는 개별
주체들이 끊임없이 긴장을 주고받는 장에 가깝다. 작가는 그 안에서 정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한
개인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밀려나며 다시 관계를 맺는지 꾸준히 바라본다.
이러한 관심은 점차
신체와 감정, 생명에 대한 미시적 관찰로 이동한다. 〈Cell culture dish〉(2014)와 〈XY-SA 0900〉(2015)에서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세포나 실험
대상처럼 다루면서 사회적 규율과 관계 속에 놓인 인간의 몸을 하나의 관찰 대상으로 바꾼다. 〈보이지
않는 차원〉(2017)은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개인의 신체가 경험하는 갈등과 혼란을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희연한 잠》(송은아트큐브, 서울, 2018)에서는 고립과 우울, 죽음의 문제를 도시 문명 속 개인의
조건과 연결한다.
여기에서 ‘실험실’은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된다. 집단이나
통계로 묶인 사람을 다시 하나의 개별 존재로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불안을 확대해 관찰하는
방식이다.
《다리의 감정》(SeMA창고, 서울, 2019)을
전후로 이러한 미시적 관찰은 인간관계를 넘어 인간이 생명과 죽음을 분류하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다리의
감정〉(2018)은 자연사박물관의 벌과 박제된 생물, 나치
수용소와 같은 서로 다른 장소와 이미지를 연결하며 ‘보존한다’는
인간의 행위가 생명을 기억하는 방식인 동시에 죽은 대상을 분류하고 대상화하는 방식일 수 있음을 묻는다.
〈반향정위〉(2018)는 도시 환경에 적응하면서 감각 기능이 변화한 박쥐와 화재로 사라진 뉴델리 자연사박물관을 병치하며 진화와
퇴보, 상실과 적응 사이의 경계를 흔든다. 이 시기부터 신이피의
관심은 인간 사회의 관계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 자연사와 정치적 역사 사이의 관계로 넓어진다.
이후 ‘죽은 산의 냉철한 새’(2019–2020) 연작과 〈휘앙 새〉(2020), 그리고 《싱글 정뜨르 피머》(엘리펀트 스페이스, 서울, 2022)에 이르면 죽음과 보존의 문제는 학살과 유해 발굴, 역사적 기록으로 연결된다.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1〉(2019)은 신도시와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간 새를,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2〉(2020)와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3〉(2020)은 가축 살처분과
매몰의 문제를 다룬다.
이어 ‘싱글 정뜨르 피머’ 연작에서는 제주 4·3과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 현재까지 이어지는 유해 발굴의 시간을 다룬다. 여기에서 뼈는 익명의 ‘유골’이 아니라 한 사람이 존재했다는 최소한의 증거가 된다. 관계 속의 한 개인을 바라보던 초기의 시선이, 시간이 지나며 기록과
역사 속에서 지워진 하나의 생명과 이름을 다시 개별자로 바라보는 문제로 깊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