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배의 조각은 인체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그 형태를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초기 작업에서 얼굴과 신체는 늘어나거나 압축되고, 잘리거나 서로 다른 기관과 결합하면서 익숙한 비례를 벗어난다. 〈사랑해〉의 거대한 인체, 〈델 혼 데이니〉의 평평하게 지워진 얼굴, 〈샤모랄타 사모랏타〉의 물고기처럼 변형된 두상은 인체의 윤곽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알아보게 하는 기준을 흔든다. 이러한 변형은 조각의 물질성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석고나 레진으로 구축한 단단한 덩어리와 매끄럽거나 거칠게 마감된 표면은 형태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그 안에 낯선 각도와 비례를 삽입해 관객의 시선을 머뭇거리게 한다. 전시장에서는 개별 조각의 형태만큼 배치 또한 중요하다. 김인배는 여러 작품을 일정한 간격과 방향으로 배열하고, 서로 마주 보거나 대구를 이루게 하면서 작품 사이의 거리까지 조형 요소로 사용해 왔다. 2014년 《점·선·면을 제거하라》에서 정적인 인체 조각들의 배열 속에 잠재적인 움직임과 어긋난 질서를 끌어들였던 방식은 이러한 설치 감각을 잘 보여준다.
2010년 《Turbulent O’Clock》에서는 인체를 구성하던 덩어리가 알루미늄 봉으로 크게 축약된다. 작가는 회전하고 던지고 몸을 뻗는 연속 동작을 가느다란 선의 구조로 변환하여, 인체의 움직임과 시간을 공간 속에 펼쳐 놓았다. 알루미늄 봉은 석고처럼 부피를 쌓아 올리는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짧은 순간의 동작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게 했고, 결과적으로 조각은 공간에 그어진 드로잉과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선은 단순한 외곽선이 아니다. 몸의 방향과 속도, 움직임이 지나간 시간을 압축하는 물질이며, 관객이 위치를 옮길 때마다 서로 겹치고 떨어지는 공간적 구조이기도 하다. 평면의 드로잉을 입체로 옮기고, 다시 입체를 선으로 환원하는 과정은 이후 작업에서도 반복되며 김인배가 조각과 드로잉의 경계를 다루는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2020)에서는 선, 크기, 거리, 촉각이 서로 연결되면서 작품의 형식이 더욱 복합적으로 구성된다. 〈선이 되려는 선〉과 〈극중극〉에서는 선을 겹치거나 분리하고 확대하면서 동일한 형태가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지각되는 조건을 만든다. 〈일정한 거리〉는 〈삼면화: 크기, 동작, 개수〉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3D 프린터로 축소한 조각으로, 관객이 작은 덩어리를 직접 손에 쥐도록 한다. 눈앞의 큰 조각과 손 안의 작은 조각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시각적 크기와 촉각적 크기 사이에 혼선이 발생한다.
긴 알루미늄 봉 끝에 연필을 달아 그린 〈멀리서 그린 그림〉 역시 작업 과정에 물리적 거리를 개입시켜 작가의 의도와 실제 선 사이에 미세한 오차를 남긴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레진, 알루미늄, 카본 섬유, 우레탄 폼, 3D 프린팅처럼 서로 다른 재료와 제작 방식을 활용하지만, 재료 자체의 특성을 과시하기보다 관객의 눈과 몸이 작품을 어떻게 측정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조절하는 데 쓰인다. 작품 사이의 수직과 수평, 확대와 축소, 가까움과 멂 역시 내용과 분리된 형식적 장치가 아니라 지각의 불확실성을 실제 경험으로 바꾸는 수단이다.
2024년 이후에는 작품을 만드는 방법과 그 조건이 더욱 직접적으로 전면에 등장한다. 《없는 것을 보고》에서는 천장과 바닥의 흔적을 다른 벽면에 옮기거나, 장대 끝에 연필을 달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거리에서 드로잉하고, 내부의 원형이 빠진 몰드를 제작한다. 이때 드로잉, 탁본, 몰드, 영상은 서로 다른 매체이면서도 모두 시각으로 완전히 포착하기 어려운 공간과 대상을 기록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잠자는 남자》(2026)에서는 이 실험이 제작 행위 자체로 옮겨간다.
작가는 내부를 볼 수 없는 상자에 손을 넣어 형상을 만든다는 조건을 설정하고, 눈으로 형태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차단한다. 그 결과 손끝에 닿는 재료의 강도, 누르고 움켜쥐는 동작, 신체의 기억과 촉각이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김인배에게 제작 방식은 완성된 작품을 얻기 위한 기술적 절차에 머물지 않는다.
시각을 제한하고, 거리를 늘리거나 없애고, 원형을 제거하고, 서로 다른 감각을 충돌시키는 조건을 먼저 설정한 뒤 그 조건에서 발생하는 오차와 변화를 작품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그의 형식은 인체 조각에서 선, 드로잉, 설치, 몰드, 영상과 촉각적 실험으로 확장되어 왔으며, 그 변화 속에서도 형태가 만들어지는 조건과 그것을 감각하는 방식 자체를 작품의 내용으로 다루는 태도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