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r image of 《Artistic Life: Dear Mr. H》 © TINC

애석하게도 이번 전시 역시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대안공간이다. 대안공간이란 용어는 통상적으로 화이트큐브가 아닌 전시 공간의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예술을 실험하고 유통하는 통로의 기능을 가진다고 여겨지는데 최근에는 헤테로토피아적 가능성의 공간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낡은 지도가 될 예정이다.

1990년대부터 불기 시작했던 대안공간의 실험적 시도는 예술 실천의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고 연대의 또 다른 이름이 되기도 했다. 2023년 지금에 이르러서는 역사화된 과거의 영광쯤으로 기억되기도 하고, 권력의 또 다른 이름으로서 과대 대표성을 띤 간판들의 카테고리가 되어버린 지점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졌던 유의미한 실천과 약속들은 20여 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와 시민들에게 퍼져나갔고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공간' 속에서 다양한 맥락을 가진 예술 작품과 삶의 실천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대안공간이 가지는 힘을 '공간'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본 전시는 '공간'이라는 좁은 구멍에서 시작하여 장소성, 나아가 예술의 의미를 되묻는 다소 황량하리만치 커다란 출구로 나서는 전시임이 분명하다.


Eunhyung Kim, Jemullon-like Terrapolis, 2023, Painted mural © Eunhyung Kim

1915년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김억은 자신의 예술론 「예술적 생활: H군에게」 글에서 “인생 최고의 목적이 예술적이 되는 그곳”에 있다고 말하였다. 주택을, 사무공간을, 이제는 용도를 다해버린 우체국과 다방을 오직 예술적 활동을 위하여 수선하고 멋입혔던 모든 이들에게 “인생 최고의 목적”을 비추어 물어본다.

예술이 우리에게 주었던 경험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시간을 어떻게 열어젖혔는가.

한 철학자는 최초의 생각이란 소름이라 하였다. 전시장에서 어느 날 느꼈던 소름의 순간들이 모여 '공간'들의 지도가 완성될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 공간들에 대한 생각들이 쌓여 "장소성", "건물의 외연" 같은 개념들이 불쑥 등장할지도 모른다.

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생각들을 어떠한 포장지도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불찰에도 여전히 이 낯선 공간의 전시들을 사랑하고 발걸음하여 기어코 상념을 이어가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부친다. 부디 여의(如意)하시길 바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