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r image of 《Haeyoon's Alibi》 © H-flux Gallery

에이치플럭스 갤러리는 5월 30일부터 6월 27일까지 김은형의 개인전 《해윤(解輪)의 꿈》을 개최한다. 드로잉, 애니메이션, 전통 동양화에서 섬유미술과 벽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 사이를 넘나들며 작업해온 김은형은 매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김은형은 벽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신작 15점을 선보이며, 자신의 예술적 여정 안에서 하나의 독립적이면서도 응집된 장을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에 제시된 이미지들은 주술, 연금술, 치유, 환생이라는 네 가지 주요 주제에 따라 구성된다. 인간의 뇌를 연상시키도록 구겨진 종이 위에는 생각, 상상, 기억, 감각이 빽빽하게 축적되어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은 서로 교차하며 열린 결말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작가 자신의 언어는 이미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매체는 서로를 보완하면서 감각적이고 개념적인 경험의 폭넓은 층위를 포착한다.


Installation view of 《Haeyoon's Alibi》 © H-flux Gallery

오랫동안 작가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한 독자적인 양식을 발전시켜왔다. 초기 작업에서는 자동기술법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초현실주의적 이미지가 두드러졌으며, 이후에는 음악과 공연예술의 장면을 화면에 옮기는 작업으로 변화해갔다.

최근 김은형은 언어와 시각예술 사이의 공간을 탐구하며, 직접 쓴 시와 짧은 글을 이미지로 전환하는 순환적 방법론을 구축했다. 이러한 방식에서 텍스트는 이미지의 필요를 만들어내고, 이미지는 다시 새로운 텍스트를 요구한다. 설명으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은 이미지로 남고, 이미지가 전달하지 못하는 생각은 언어가 이어받는다.

이 작업들에서 드로잉과 글쓰기는 규모와 밀도 면에서 서로 유사하며, 마치 책상 위의 낙서나 그래피티처럼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형식은 작은 책의 페이지나 그래픽 노블을 연상시킨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지를 완성하거나 완벽하게 다듬는 일이 아니라, 생각이나 감각이 발생하는 바로 그 순간을 기록하는 행위다. 이 드로잉들은 글쓰기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으면서도 더욱 즉각적인 시각언어로 기능한다. 구겨진 종이 위에 이미지를 축적하는 과정은 장인의 세밀한 노동을 강조한다.

작가는 세부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아주 작은 표면까지 놓치지 않는 태도를 통해 자신만의 진정한 장인성을 드러낸다. 이처럼 겉보기에 사소한 한 장의 종이 위에 무수한 이미지를 새겨 넣는 과정을 통해 작품은 고유성과 연금술적인 가치를 획득한다. 반면 대형 작업은 벽화처럼 넓은 공간으로 확장되어 관람객을 감싼다. 이는 무대의 규모를 떠올리게 하거나, 어쩌면 거대한 책장을 연상시킨다.


Installation view of 《Haeyoon's Alibi》 © H-flux Gallery

이 연작에서 주술은 명상과 기도,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직후 꿈의 잔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에서 비롯된다. 연금술은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드로잉 행위 자체는 치유를 촉진한다. 작가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종이나 전시장 벽면에 쏟아내는데, 가위의 이미지는 잊어야 할 기억을 잘라내고자 하는 충동을, 인물에 날개를 더하는 행위는 작품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전시의 텍스트와 이미지는 환생의 과정에 참여한다. 이전에 사라졌던 것들은 변형된 형태로 돌아오며, 잃어버린 기억과 감정은 변이하여 다시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른다. 이러한 구조적 순환성은 모든 작품에 스며들어 있으며, 이미지와 언어가 끊임없이 서로 섞이고 갱신되도록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