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각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그는 기술을 미래적 이미지나 첨단 장치의 효과로 제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술이 어떤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를 살펴본다.
초기에는 버튼과 커서, 신호체계 같은 작은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를
다뤘고, 이후에는 온라인 밈과 AI, 로보틱스, 원격통신, 노동 시스템, 물류
체계처럼 사회를 구성하는 더 큰 구조로 관심을 확장해왔다. 작가가 꾸준히 언급해온 ‘시스템의 붕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빈틈에 접근한다’는 태도는
이러한 작업의 지속성을 잘 보여준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거나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하지 않는 순간을 만들어 관객이 그것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대 미디어아트가 종종 새로운 기술의 시각적
가능성이나 인간과 기계의 대립에 집중한다면, 조영각은 기술과 함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구조를
재구성하는 데 보다 많은 관심을 둔다. 밈과 광고, 직장, 배달과 물류, 풍수와 미신처럼 친숙하고 때로는 가벼워 보이는 문화적
요소를 AI와 로봇에 연결하는 방식도 이런 특징을 보여준다.
〈밀착취재 2: 그린 인플루언서〉에서 데이터 기술과 풍수 회화가 결합하고, 〈무인회사: 달콤한 말〉에서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이 인간의 믿음과 욕망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처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기술 안에 비합리적인 인간의 감정과 문화가 계속 남아 있음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오류와 어긋남은 실패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구조를 비추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최근 참여한 2026 예술기술도시
《인류학 연습: 인간은 우리인가?》(종도빌딩, 2026)는 이러한 관심이 인간과 기술의 문제를 넘어 환경과
비인간 존재, 행성적 조건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이
인간의 도구라는 오래된 구분 대신 인간과 AI, 자연환경, 데이터, 인공물들이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망 속에서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방향이다. 〈날씨 단청〉처럼 기후 데이터를
활용하는 최근 작업이나 ‘밀착취재’ 연작에서 식물과 인간의
혼성 존재를 다루는 방식은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초기의 ‘인터페이스’가 인간과 기계가 만나는 경계였다면, 지금 그 경계는 인간과 자연, 인공물, 환경 전체가 만나는 더 넓은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조영각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2018)를 비롯한 국내외 레지던시에 참여했고, 에르미타주 미술관, 대만국립미술관, 도쿄도사진미술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등에서 작업을 선보여왔다. 기술이 빠르게 교체될수록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규칙,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작은 오류에
가까워 보인다.
인터페이스에서 사회 시스템으로, 다시 인간과
비인간이 뒤얽힌 환경으로 넓어져 온 흐름을 보면, 조영각의 작업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을
따라가는 방식보다 변화한 기술이 인간의 오래된 욕망과 믿음, 관계를 어떻게 다시 조직하는지 살피는 방향에서
계속 변주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