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동완, 〈A Ferry〉, 2014-2016, 종이에 색연필, 195 x 64 cm © 국동완

회광반조(回光返照)는 외부로 향하는 빛을 돌려 자신을 비추라는 불교의 참선법이자 나의 드로잉 방식이다. 나는 이 행위를 통해 그리려는 대상 안에 비춰진 나 자신의 내면을 그린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프린트하여 유리에 붙이고, 그 위에 종이를 덮은 다음 유리 뒤에서 빛을 비춰 올라오는 그림자를 바탕으로 드로잉을 한다. 그림자의 형태를 따라가기도 하고 모양이나 뜻에서 연상되는 것을 그리기도 하고 방금 본 이미지를 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손이 그리는 것을 지켜본다. 밑그림 없이, 지우개도 없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의 방향으로, 순간 순간 건져낸 의식의 조각들을 천천히 잇는다.

〈A Ferry〉는 세월호 참사 3개월 후 시작되었다. 그 3개월 동안 나는 어떤 드로잉 대상을 정해도 세월호와 관련된 것들을 그려내고야 마는 나를 보았다. 세월호를 그리느냐 마느냐와 같은 고민은 할 필요도 없이 나는 바로 설계도를 검색했다. 일본에서 수입해올 당시의 오래된 설계도를 구한 후, 라인을 따고 약 200cm 길이로 출력했다. 50x70cm크기의 그림을 2-3개월에 걸쳐 완성하던 나에게 200x70cm란 엄청난 크기였다. 쉽게 끝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게 무엇이든.

이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 달리 오른쪽 아래에서 시작해 왼쪽 위에서 끝이 났다. 설계도를 뒤집은 채로 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는 정상적으로 떠있지만, 그 안의 많은 것들이 부유하고 있다. 초반에는 종이배, 구명튜브, 신발, 지문, 교복 등 세월호와 연관된 구체적인 이미지가 많지만 뒤로 갈수록 추상적인 형태가 나타난다. 정확히 밝혀진 것도, 해결된 것도 없이 시간은 흘렀고 내 안에서 사건은 옅어졌다 짙어지길 반복했다. 마침내 그림은 완성됐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지난하게 그어댄 수많은 선들이 시간이 꽤 흘렀음을 보여줄 뿐이었다.

'회광반조'라는 형식을 통해 대상은 나를 각성시키고, 바라보게 한다. 이 드로잉 형식은 그 자체로 방법론적 주제이다. 그렇게 세월호는 그것을 그리고자 한 나로 하여금 나를 그리게 하였다. 〈A Ferry〉는 최근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국동완 지음/바운더리북스)이라는 아티스트북으로 출간됐다. 컬러링북의 형태를 차용한 이 책은 〈A Ferry〉를 조각내 30개의 장면으로 재구성한 콜라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내가 이 그림에 기대어 그 시간을 지나온 것처럼, 붙들 것이 필요한 누구에게라도 닿을 수 있는 책이기를 바란다. 이렇게 나의 드로잉은 스스로 길을 내어 또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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