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3 Volumes》(Audio Visual Pavilion, 2017). Photo: Sangtae Kim. © Audio Visual Pavilion

김동희는 예술의 지지체를 소재 삼아 작업을 전개한다. 여기서 예술의 지지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다양한 종류의 예술이 상연될 수 있는 물리적 토대로 확보되고 조형되는 공간으로서의 지지체, 그리고 공간 지지체 위에 협업자의 작품이 상연되는 기간 동안 그 것을 조율, 관리, 운영 하는 시간으로서의 지지체가 있다. 김동희가 만들어낸 지지체는 일정한 공간에 투사되고, 관객들은 그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지체를 경험하도록 유도된다.

 지지체를 만들어내고 진행함에 있어, 김동희는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데, 조형적인 설치물을 만들어내는 설치예술가, 공간의 다른 사용법과 풍경을 제안하는 건축가, 주어진 공간에서 협업자의 작품을 공개하는 형식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기획자, 협업자를 위한 공간적 구조물을 다시 디자인하고 설치하는 전시/공연 테크니션, 공연이 진행되는 과정 전반을 조율하고 감독하는 무대감독, 섭외된 공간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공간운영자, 그리고 완성된 설치로 변형된 공간과 그 위에 상연되는 협업자의 작업을 감상하는 관객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듯 일정한 공간이 상정되고, 그 위에 물리적 지지체를 만들어낸 후에, 설정된 사용자가 공간-지지체를 경험하고, 김동희 작가 본인 또한 완성되고 상연되는 지지체위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흐름은 김동희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과정이다.  
 
2014년에 있었던 <나열된 계층의 집>은 시간, 공간의 지지체를 다루는 김동희의 작업방식이 일종의 페스티벌의 형식을 차용하여 진행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먼저 마포구 창전동, 서교동 일대에 사용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공원 부지, 사용되지 않던 주차장, 비상계단, 외부 통로, 폐쇄된 아파트 쉼터 총 5개의 공간을 섭외하고, 각각의 공간에 맞추어 필요한 구조물을 설치하고 재정비하였다.

가령 잡초가 무성한 공원부지에는 블루프린트모양의 가설무대 혹은 마루를 설치하고, 폐쇄된 아파트 쉼터에는 하얀 자갈을 깔아 사용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주차장에는 김동희가 제작한 조형 구조물을 두어 전시/공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재구성된 공간은 각각 사용자가 설정되어 있는데, 아파트 주민, 연주자, 가수, 영상작가, 페인터, 무용가등 다양한 사람들과 협의하여, 전시/공연을 진행하고, 그 위에 관객들이 찾아와 프로그램을 관람하고 김동희가 만들어낸 지지체들을 경험했다.
 
2015-2016년 동안 김동희는 몇몇 플랫폼을 열어 운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서울의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던 창고, 오피스텔, 야외공연장, 빈 사무실 등을 섭외하여, 각각의 공간에 이름을 붙이고, 여러 가지 예술 프로그램이 열리는 플랫폼으로 운영을 했다. 그렇게 야외공연장은 ‘오페라코스트’로, 창고건물을 ‘웨스트웨어하우스’로, 오피스텔은 ‘23층’, 빈 사무실은 ‘아시바비전’으로 명명시켜 각각 독립된 예술공간이 열리고 운영되는 것처럼 작업을 진행했다.

김동희가 명명하고 정비/설치한 공간은 협업자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열릴 때만 명명된 공간으로 운영이 되고, 나머지 시간은 공간의 원 소유주가 쓰던 대로 방치되어 있는 식이었다. 이는 마치 빈 벽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상영하는 동안에만, 영상이라는 예술작품이 보여지고 몰입할 수 있는 것처럼, 김동희 작가는 섭외된 공간에 자신이 명명한 플랫폼을 프로젝션하고, 그 위에 협업자들의 작업물을 공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플랫폼 작업은 당시 ‘신생공간’이라 불리던 젊은 작가/기획자들이 독립적인 예술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던 시기와 궤를 같이하며, 젊은 작가들이 기존 공간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을 보여주는 실험을 함께할 수 있었다.
 
2017년에는 시청각에서 김동희 개인전 《3 Volumes》가 열렸다. 시청각은 ‘신생공간’으로 불리는 공간들이 생겨나던 시기에 열린, 한옥집을 간단히 개조하여 운영되는 전시공간이었다. 김동희는 자신의 내적 작업논리를 이 기묘한 한옥 전시장에 개인전의 형식으로 풀어내었다.

‘전시장’이라는 미술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있는 공간의 성격과 원래는 가정집을 위해 만들어진 한옥건물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김동희작가는 그 공간에 제안할 수 있는, 하얀 전시장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다른 형식의 공간을 조형해내고, 그 위에 7명의 협업자를 섭외하여, 3일동안 3가지 전혀 다른 전시풍경(식물로 가득찬 전시공간, 음악과 TV영상 스크리닝의 공간, 케이터링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이 있는 공간)의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동희가 만들어낸 설치작업은 무용하지 않다. 김동희는 기본적으로 공간이 사용되는 다른 방법을 제안하기에, 관객 혹은 협업자등의 사용자들이 공간을 사용하고 경험하기 편하게 만든다. 그렇게 김동희를 거쳐 만들어진 공간은 관객과 협업자들이 사용하는 시간 동안, 이 전과는 다른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조형되는 것이다.

김동희는 공간을 기반으로 목적이 있는 지지체를 건설하고, 주어진 시간 동안 공간이 사용되는 풍경이 잘 프로젝션될 수 있도록 다른 지지체들을 만들어 지탱한다. 그렇게 김동희가 만들어낸 지지체위에 관객들이 경험을 함으로 작업은 완성이 되고, 김동희는 또 다음 공간에서 다른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