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Jihyun, Mumbei+Rm, 2008-2009, Oil on canvas, 227.3 x 181.8 cm © LEE Jihyun

《파라노이드 씬_Paranoid Scene》은 인터알리아에서 이전에 선보인 전시들의 맥락을 잇는 전시라 할 수 있다. 2009년에 기획된 전시인 《망막의 진실》은 인간이 사물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자 했었고, 2010년에 열린 《결핍된 주체》는 인간의 욕망과 자아를 상실해 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었다.

이번 전시는 편집증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발견한 편집증적인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라노이드 씬》은 앞서 보여준 두 전시의 테마를 근간으로 기획된 전시로, 작가가 현실을 바라보고 해석한, 현대 세상에 대해 작가만의 냉소적이면서도 특유의 시각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현실에 실재하는 공간과 작가의 상상과 기억에 의해 생성된 공간 이 한 화면에 어우러지는 접점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풍경을 담아낸 작품도 있는 반면,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하고 모호한 장면을 그려낸 작품도 있다. 작가들마다 표현방식에 있어 확연한 차이들이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작가에 의해 탄생한 일루젼(환상, 환각)이 거부감 없이 관람객에게도 투영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고 있다.

과거 1980~1990년대 작가들은 사회 현상에 대해 적개심을 표출하거나 거대한 담론을 표현해 내고자 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더 이상 특별한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거나 지식인의 허위에 대해 비판하지도 않으면서, 다분히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립적인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고자 한다. 이들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스스로 각자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누군가에게 호통을 치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들만의 침묵 속에 나오는 호통은 더욱 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듯 하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가들은 미술 장르를 혼합하거나, 혹은 아예 파괴하는 방식을 통해 미술 장르 간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마치 시공간을 넘나드는듯한 새롭고 흥미로운 형식의 작품들은, 바로 현대미술이 나타내고 보여주고자 하는 본질적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번 《파라노이드 씬》 전시를 통해 대한민국 컨템포러리 미술의 현주소를 직접 느끼고, 흡수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