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콘크리트-안과 밖〉, 2016, 플라스틱 골판지에 시트지, 420 x 237 cm © 김지은

김지은의 작업에서 도시는 리서치의 대상이자 끝없이 변화하는 현실에 반응하는 유기체로 작용한다. 하나의 장면으로 담아내기 불가능한 도시의 가변적인 '상태'가 김지은이 설계하는 회화에 위치한다. 작가는 막연한 몽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실체로서의 도시를 그 자신이 보고 관찰한 공간의 구체적인 증거들로 그린다.

'변두리'라고 작가가 지칭하는 시공간에서 유독 공사 현장이 반복되고 그리하여 폐허와 새로운 시공간의 돌출이 반복되는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 땅을 만들어온 특성이자 토건의 역사 그 자체다. 김지은의 그림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축의 흥망성쇠로 드러나는 대한민국 특유의 압축된 근대화의 현재상을 회화로서 연구하고 질문한다. 김지은은 도시를 관찰함으로써 벽과 땅의 질감과 상태를 화면 위에 입체적으로 세운다.

또 그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시트지와 방수포를 비롯한 다양한 시각적 재료들을 그의 작업에 끌어들인다. 재료를 사용하는 그의 감각은 특별하다. 물성을 지닌 레디메이드 재료를 그가 다루는 평면에 위치하게 함으로써 평평하게 보이는 환영성을 더욱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또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시트지로 만들어진 회색빛과 상아빛이 감도는 쭉 뻗은 고층 아파트를 보자.(〈콘크리트-안과 밖〉(2016))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건조하게 수직수평의 선과 그리드로 제시하는 한편 허물어지고 생성되는 차가운 도시의 미감을 건축물의 ‘정면상’으로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측면이 아닌 정면으로 본 이 도시 풍경은 기념비적으로 한 순간을 회화적으로 승화하는 듯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지은은 이 모든 도시의 장면이 곧 허물어질 수 있는 폐허임을 직관적으로, 또 연구를 통해 알고 있다.

첫 단락에서 김지은의 '그리기'라고 적은 나의 단어는 보다 엄격하게 분별되어야 한다. 작가가 여러 도시와 현재 거주하는 고양 벽제 지역을 다각도로 경험하며 각각의 장소에서 발견한 풍경들을 독자적인 시각적 어법으로 변환시킬 때, 그는 시각적 환영을 만들어내는 평면성을 '구축'의 과정으로 내세운다. 그에게 도시를 그린다는 것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세운 논리에 따라 진행되는 '만들기'와 질서를 가진 '배치'의 과정에 근거한 연구이다.

무엇보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고층 아파트와 가건축물들,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너무도 쉽게 허물어졌다가 다시 세워지는 장소의 역사와 시각적 패턴을 리서치하는 것이 작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절차이다. 현실 시공간을 뒤덮은 콘트리트라는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맥락에서 김지은의 그림들은 물리적 입체성을 획득한다.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진 〈콘트리트의 생애〉(2016)는 회색조의 건물이 일부 허물어지는 순간을 그 앞에는 임시적으로 세워진 가건물과 흙, 화면 뒤로는 아직은 수명이 다 하지 않는 건축물의 존재를 동시에 보여준다.

현실의 시공간에서 '그릴 것'을 탐구함으로써 내적 논리를 만들어 간다는 점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하다. 회화를 통해 현재 살아가고 있는 도시와 나라가 가진 건축적 미감과 초고속 자본주의의 풍경,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미시적이고 또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김지은에게는 중요한 시각적 환경을 창작하게 된다.

한편 〈콘크리트-안과 밖〉(2016)에서 플라스틱 골판지에 시트지를 사용하는 것, 〈만능 컨테이너 프로젝트〉(2016)에서 알루미늄 판에 시트지를 재료로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김지은이 평면을 붓이 아닌 레디메이드 재료들로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선택이다. 알루미늄과 시트지, 방수포 등은 실제 거리를 걸으며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의 임시적이고도 즉각적인 풍경들을 구성해내는 흔한 건축 재료들이다.

그런 점에서 김지은의 회화가 현실의 건축, 실재하는 도시 경관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 맺는 방법론을 유추해볼 수 있다. 위장패턴의 방수천으로 짠 캔버스에 위에서 바라본 지붕들을 색면으로 그린 〈수상한 지붕들-위장〉(2016)은 구글 지도와 드론의 수직낙하하는 시점에서 바라본 추상적 기하학의 패턴을 감지하게 하는 그림들로, 오늘날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실재하는 도시의 장면을 새로이 포착해낸다. 과연 도시는 어떤 힘에 의하여 굴러가고 있는가.

이 무질서하고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콘트리트의 생성과 폐허로 둔갑하는 건축적 재료들은 눈앞에 보이는 어떤 장면을 화가에게 그려내기를 자극하는가. 김지은은 아마도 2016년 이 질문에 가장 첨예하게 대답하고, 질문의 '시점'을 만들어내는 작가일 것이다. 정면으로 보기를 굽히지 않고 또 허공에서 바라본 드론과 인터넷 감시의 측면으로 세상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도시는 소재가 아니라 그리기의 토대 그 자체이다.

이 토대를 견고하게 세우기 위해 김지은은 벽과 땅을 환영적으로 잘 묘사하거나 다른 주제와 이야기를 부산스럽게 찾는 것과는 어쩌면 거리가 먼, 기초공사를 튼실하게 하는 작가다. 전시장에 놓인 〈수상한 지붕들-위장〉은 서로 연결된 전체 상이 아니라 따로 떨어진 파편으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카메라와 인터넷을 비롯한 다른 기계의 눈을 통해 경험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어떻게 실제 우리 몸과 눈과 발을 가지고 대결할 수 있을까. 김지은은 얼마전 열린 개인전 제목인 《변덕스러운 땅》 위에서, 땅과 시각적 구축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그림을 그린다. 이 그림들이 모여 또 하나의 아주 오래 남을 도시를 만들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