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13th SongEun Art Award》 © SongEun Art Space

이번 송은미술대상 심사에 참여하면서 필자는 다양한 조형언어를 구사하는 동시대 청년 예술가들이 현실과 경합하는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들에게 ‘현실’은 잃어버린 예술을 애써 찾으려는 노력을 온당하게 만드는 미완의 환경이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예술 세계에 대한 일관된 믿음을 자꾸 회의(懷疑)하게 만드는 무척 자극적인 세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경합’이란 그러한 현실의 감각을 구체화하는 미학적 실천이 어떤 사회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네 작가의 작품들이 마치 블로그의 태그처럼 어떤 확률적 정체성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들이 펼치는 상상력의 범주는 관성적인 법칙에 갇히지 않는 현실 해석의 동시대적 실천을 충분히 환기시켰습니다.

2013년 3월에 시행된 본 공모의 1차 예심에서는 총 503명 지원자의 포트폴리오가 심사의 대상이었습니다. 모든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응모에 임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준비 과정 하나하나가 그들 지원자들의 내면에 자리한 의지와 욕망에 동력이 되어줄 밑천으로 남을 것이라 믿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예심에서 선발된 34명에게는 신작 1점을 출품해야하는 본심 진출 자격이 부여되어서, 대중에게 개방되지 않은 특별 전시장에 그들의 작품은 전시되어 심사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참여 작가는 물리적 공간을 직접 대면하게 됩니다. 정해진 전시장을 단독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 사이에 자신의 것을 위치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간적 조성(調聲)을 짓기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자신의 표현이 미술이라는 시각적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자한다면, 특히나 그러한 의도를 담은 자신의 단 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경우에는 이야기를 듣게 될 사람들을 잘 붙들어 둘 수 있는 묘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 본선 출품작의 작가들 대부분은 일면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제법 갖춘 듯 보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부지런한 리서치, 육체적 노동, 비판적인 자기 성찰, 면밀한 허구적 기획 등을 거치면서 작가 나름의 존재의 여정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이야기 생산의 노력과 자부심이 작품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채 형식 언어에 갇히거나, 혹은 이야기가 과잉한 나머지 그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못해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피로감을 주는 서툼이 꽤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야기가 작품 속에서 나온 후 (발터 벤야민의 말을 빌리자면) 완전 연소되어 다시 새로운 이야기의 생명을 얻어 작품 속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을 작품 속에 온전히 하나로 셈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문학적․사회적 진정성을 응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형식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리하여 자신의 상상력의 궤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생생하게 토해낼 수 있는 지혜와 겸손을 지니길 권합니다.

Installation view of 《The 13th SongEun Art Award》 © SongEun Art Space

2차 심사격인 본심을 통과한 34명의 작가 중에서 (가나다 순으로) 강서경, 김지은, 박혜수, 차혜림 작가를 최종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주지하듯이 송은미술대상 제도는 2011년부터, 이렇게 최종 4명에게는 각자 독자적인 전시공간에서 동일한 시간 동안 ‘전시’를 하게 합니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은 작품 자체의 미적 힘뿐만 아니라, 작품들 사이 혹은 전시장 도처에서 유동하는 각 작가의 사유를 짚어가면서 전시 형식이 구사하는 시각적 로직을 감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주최측에서 따로 준비한 각 작가별 카탈로그 자료와 인터뷰 영상은 전시의 기억에 4명의 작가들의 언어적 질감을 더해주었습니다. 이처럼 작품이 가지는 본연의 표정 외에 작가의 예술적 이력(履歷)이라는 것이 가지는 그 경험의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예술가의 무늬만 일렁이는 것은 아닌지를 전시 전반의 체계는 밝히려고 합니다.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들이 구성한 전시장에는 서로 다른 의미의 구름들이 떠다니지만 그것들을 겹쳐 읽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의 정신과 젊은 열정이 빚어내는 가속은 서로의 공간을 구분하는 경계를 절단하면서 어떤 잠재성의 장소를 맴돌고 있습니다. 즉 작가들이 각자의 전시를 통해 함축하고 있는 사상이랄까 정서의 차원에서는 현실의 침몰을 진단하고 그것을 시적으로 혹은 돌연변이의 생산으로 연결시켜보려는 실험적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서경이 오브제를 대하는 태도는 개인적인 여러 계기들로부터 만들어지지만, 자신과 사물 모두가 지니는 유한성과 개체성을 무너뜨려 그 자리를 비틀린 균형감각으로 메우는 방식은 마치 새로운 영혼의 공간을 염원하는 현대인의 제의의 한 장면처럼 다가와 시간의 표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도시의 역사와 일상적 경험 사이에 숨어있는 시선과 의식(意識)에 대하여 오랫동안 주목해 온 김지은은 직접적이고 단순한 표현 형식의 경로를 따르지만 세상의 변화에 대한 그녀 특유의 곡진한 인식론적 여정을 드러냅니다.

박혜수의 전시장에서는 언어와 기호를 중심으로 새롭게 엮어진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익숙한 관념을 대하면서 그것의 의미를 묻는 어찌보면 부차적인 행위를 숫자와 통계의 권력을 활용해 중심화하는 시도는 명징성의 세계가 만들어내는 현실의 사태에 대한 하나의 역설적 은유가 될 수 있습니다. 차혜림은 자신의 회화에서 서사를 이끌기 위해 창조했던 캐릭터를 또 다른 서사를 위해 재가공하였고, 이 과정에서 그리기의 근본적 관계맺음의 틀을 벗어납니다.

그리하여 반복과 음미가 아닌 반문과 창안으로서의 임무를 예술가인 자신에게 부여하고자 합니다. 이들 모두에게서 필자는 예술의 능력과 성과를 찾아 모험을 떠나며 스스로를 긴장감있게 관찰할 수 있는 젊은 용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13회 송은미술대상 공모에 참여한 모든 작가 여러분, 현실과의 다채로운 경합에서 사용할 자신만의 이념적 내밀함을 이번 공모를 계기로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