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Already》 © 52 Walker

캐나다 출생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로터스 강의 52 Walker 개인전은 한국 시인 김혜순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2018)에 수록된 시 「이미」에서 가져온 《Already》를 제목으로 삼는다. 시인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고통과 상실을 마주한 경험 이후 쓰인 이 시집의 마흔아홉 편의 시는 개인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 모두에서 죽음을 사유한다.

갤러리 안에서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산업용 보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온실이 서로를 비추듯 마주한다. 그중 한 온실 아래에는 말린 은행잎으로 덮인 담요 밑에 시집 한 권이 놓여 있다. 책은 김혜순의 시에서 번역된 “당신은 이미 죽음 속에서 태어났다(49번 메아리친다).”라는 구절이 있는 페이지에 펼쳐져 있다.1

불교 전통에서는 죽은 뒤 영혼이 중유, 즉 일곱 신들이 7주 동안 영혼의 업에 따른 환생을 결정하는 경계적 상태를 통과하는 49일 동안 애도 의식이 치러진다. 숫자 7은 많은 아시아 우주론에서 공명하는 숫자로, 북두칠성, 일주일의 날 수, 차크라의 수에서 반복되며 우주적 완전성을 의미한다. 7에 7을 곱한 49는 따라서 하나의 삶에서 다음 삶으로 영혼이 변화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자, 전환의 상징이 된다.

52 Walker에서 이러한 과도기적 존재의 개념은 서로 마주 보는 두 개의 커다란 건축적 형태 안에서 울림을 얻는다. 왼쪽의 〈Receiver Transmitter (49 Echoes I)〉(2022–25)는 작가의 작업에서 가져온 마흔아홉 개의 오브제를 담고 있다. 다다미 매트, 금속으로 주조한 다시마 매듭과 양배추 잎, 태닝된 필름, 망사 가방, 스티로폼 과일 포장재, 이전 작업의 파편들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펼쳐져 나온 유물들은 마치 어떤 실행을 기다리는 듯한 놀이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와 거울처럼 마주하는 〈Receiver Transmitter (49 Echoes II)〉(2025)는 “증류주(spirits)” 병들로 고정된 필름 조각 안에 회전하는 전구를 배치한다. 자신의 생일에 강은 카메라를 착용한 채 원을 그리며 마흔아홉 번 걷는 퍼포먼스 〈49 Echoes〉(2025)를 선보였다. 이 기록은 작가의 몸을 중심에 두기보다, 그 몸을 흔적을 통해 암시한다. 해변 위 원형 발자국의 사진과 기록 영상의 스틸컷으로 이루어진 필름 조각은 그 행위를 보존한다. 중앙의 회전하는 빛은 영사기,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퍼포머, 그리고 중유를 통과하는 영혼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거울 비추기의 행위는 전시 전반으로 확장되며, 특히 온실을 둘러싼 풍부한 감광성 재료들에서 두드러진다. 벽면의 콜라주들은 갤러리 곳곳에서 발견되는 오브제들을 참조하며, 시간적·존재론적 고정성에 대한 환상을 흔든다. 빛의 흔적이라는 형태로 수많은 반향이 존재하지만, 어느 것도 다른 하나를 대신하지 않는다. 강의 작업에서 감광성 표면은 포착이라기보다 생성의 장소, 지속되는 기억의 장소로 작동한다.

〈Molt〉의 태닝되고 정착되지 않은 필름 주위를 걸으며, 나는 필름의 피부 같은 표면 위에서 다양한 시간성, 오브제, 그리고 나 자신이 서로 얽히는 흔적들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목격되는 만큼이나 목격한다. 미술사가 카자 실버먼이 『유비의 기적 또는 사진의 역사 1부』(2015)에서 말하듯, 사진은 “세계가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주된 방식—그것이 존재하며, 영원히 우리를 초과할 것임을 보여주는 방식”이 되고, 나는 “광대한 유비의 성좌 속 하나의 결절점”이 된다.


Installation view of 《Already》 © 52 Walker

이미지와 지시 대상 사이의 사진적 관계성이 느슨해지는 양상은, 몸을 통해 이야기를 저장하고 번역하고 전달하는 강의 이야기 방식, 특히 디아스포라의 이야기 방식과 닮아 있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들—콩과 씨앗, 농산물 포장재, 주조 알루미늄 멸치—은 그의 할머니의 삶에서 비롯된다. 북한을 떠난 강의 친할머니는 일곱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곡물과 씨앗을 팔았다.

영화감독이자 이론가인 트린 T. 민하가 『여성, 원주민, 타자』(1989)에 수록된 글에서 말하듯, “주의 깊게 듣는 것은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존하는 것은 태우는 것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펼쳐진 오브제들과 다공적인 경계들은 이러한 전달의 형식 안에서 반복 가능성과 공존하는 상실의 측면을 말해준다.

2020년 강은 공식적으로 침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침술은 몸을 서로 연결된 체계들의 네트워크로 바라보며, 손바닥, 발, 맥박처럼 아주 작은 특징도 전체를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유사하게, 52 Walker에서의 강의 작업 전체, 아래층 공간을 점유하는 두 개의 형성적 작업을 포함한 전시 구성은 개별 요소들이 시적인 상호성 속에서 공명하는 하나의 작업체를 제시한다. 이러한 반향들은 유사성이나 차이에 고정되기보다 서로 응답하며, 사이의 공간을 벌려낸다.

〈Tract XIX (You are already)〉와 〈Tract XX (You are already II)〉(두 작품 모두 2025)에서는 주조 알루미늄과 청동으로 만든 멸치, 연근 조각, 다시마 매듭의 줄들이 징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찜기에서 늘어져 있다. 바깥에 놓였다면, 멸치 줄들은 부드러운 바람에 울리고, 그 몸들이 서로 부딪히며 물결치는 타악의 소리를 냈을 것이다. 어쩌면 이야기가 지속되는 방식은 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몸에서 다른 몸으로 공명하는 진동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 메아리들은 그것들이 우리에게 도달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 각자의 몸을 통과해 전달되어야 한다.


1.김혜순, 「이미」, 『죽음의 자서전』, 돈 미 최 번역, New Directions, 2018, p. 49.


박민은 서울 출신의 작가로,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뉴욕대학교 Institute of Fine Arts에서 미술사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