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I hear the hollow boom of time》 © Frye Art Museum Seattle

Frye Art Museum은 로터스 강의 미술관 전시 중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의 개인전 《I hear the hollow boom of tim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시를 위해 제작된 주요 설치 작업들과 종이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미술관의 건축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며 구상된 이번 전시에서 로터스 강은 필름의 가변적 특성을 탐구하는 두 개의 분위기적으로 구분된 설치를 서로 다른 전시실에 펼쳐 보인다. 하나는 밝은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어두운 공간이다.

사진,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로터스 강은 재료의 민감한 표면과 반응적 특성에 응답하고, 이를 인간 신체의 회복력과 투과성에 연결한다. Frye Art Museum을 위해 작가는 자신이 ‘피부(skins)’라고 부르는, 정착되지 않은 산업용 대형 사진 필름을 사용한 몰입적이고 장소 반응적인 설치를 제작한다. 재료를 의도적으로 오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생성적 가능성에 관심을 두는 작가는, 필름을 여러 장소의 서로 다른 빛과 습도 조건에 노출시키며 이 과정을 ‘태닝(tanning)’이라고 부른다.

따뜻한 피부색을 띠며 줄무늬처럼 나타나는 필름의 색 띠들은 멍, 담즙과 피 같은 분비물을 연상시키고, 신체의 움직임과 마주침이 남긴 흔적처럼 보인다. 빗물이 튄 자국이나, 한때 가까이에 매달려 있던 주조 알루미늄 멸치 모양 풍경의 유령 같은 형상처럼, 필름 주변 환경의 물리적 인상 역시 그 표면 위에 나타난다.

매달린 필름 피부들 사이사이에는 다다미 매트를 기반으로 한 조각들이 공간을 punctuate하듯 놓인다. 이 매트들은 쉬고, 꿈꾸고, 회복하고, 죽어가는 등 변화하는 상태에 놓인 몸들을 담는 용기처럼 기능한다. 알루미늄, 석고, 청동 등의 재료로 주조된 오브제들은 다다미 위에 놓이고, 사진들은 그 접힌 틈 안에 숨겨진다. 이는 신체가 시간의 흔적을 품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몰입적 공간 전반에서 작가는 신체적 경험과 불완전한 기억을 결합해, 자신이 “생성적 부재(generative absences)”라고 부르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작업은 회전식 필름 건조기에서 영감을 받은 키네틱 조각 〈Azaleas〉의 새로운 버전이다. 회전식 필름 건조기는 필름을 상영하기보다 현상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계이다. 작가는 35mm 필름 띠를 회전하는 금속 드럼 주위에 팽팽하게 감는데, 이 드럼은 흉곽을 연상시킨다. 일반적인 영사기와 달리 이 조각은 장미를 묘사한 필름 스트립의 각 프레임을 동시에 비춘다. 꽃 이미지들이 공간을 감싸고, 그 안을 지나가는 몸들에 의해 변화하면서 필름의 대상은 매혹적으로 읽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시작도 끝도 없이 추상화된 이미지는 끊임없이 되어가는 상태 속에서 순환한다.

이 조각의 회전은 두 편의 시에서 가져온 구절의 리듬에 맞춰져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1925)의 한 연과 김혜순의 「이미」(2016)의 구절이다. 이 작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로터스 강은 두 시의 영어 번역을 읽었지만, 악보는 한국어 원문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작가는 이를 “번역-역류(translation-regurgitation)”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시의 원래 의미 일부가 필연적으로 상실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 작가는 작품 안에 부재의 감각을 부여한다.

전시 제목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Clarice Lispector)의 실험적 텍스트 『Água Viva』(1973)의 한 구절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시는 공간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사이’의 감각을 끌어안는다. 안과 밖, 삶과 죽음, 훼손과 재생 사이의 새어 나가는 경계를 탐구하며, 로터스 강은 정지 상태를 거부하는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말하듯, “우리는 다공성의 존재들이다… 언제나 다른 몸들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되어가는 상태에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