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 Sook Choi, Black Air, 2019-2020, video still, 2-Ch. video installation, 4K on Full HD, sound. © Chan Sook Choi

최찬숙의 작업은 예술적 리서치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사람과 사물의 이동, 사람들이 남긴 흔적, 그리고 기억이 전달하는 것들에 대한 연구이다. 주로 비디오와 지형학적 사운드 설치 형식을 사용하여 기술적, 경제적 가속화 속에서 신체가 데이터와 가상 공간으로 대체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현재 베를린 강 컨템포러리(Kang Contemporary)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qbit to adam I, adam》은 2019년부터 시작된 연작 ‘Superposition: qbit to adam’의 첫 번째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qbit’는 양자비트라는 서브아토믹 입자의 측정 단위를 의미하고, ‘adam’은 히브리어 ‘adamah(흙, 땅)’에서 유래한 단어로, 정보와 토지 점유의 관계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탐구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거주한 공간에서 남기는 흔적에 주목해왔다. 이는 사유지에서부터 여러 국가가 공유하거나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 영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최근 칠레 북부 안데스 산맥으로의 여행에서 최찬숙은 세계 최대의 구리 광산인 추키카마타와 그 근처에 위치한 동명의 폐허 마을을 방문했다. 이 마을은 대규모 광물 채굴로 인해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현재는 공동묘지만이 백 년이 넘는 인간 정착의 마지막 증거로 남아 있다. 이 공동묘지의 풍경은 최찬숙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진다.

Chan Sook Choi, qbit to adam I, adam, 2021 © Chan Sook Choi

최찬숙은 토지 소유권의 원칙과 물질적 생산이 생명 구조를 대체하는 문제를 데이터와 같은 비물질적 자산의 획득과 연결시키며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qbit to adam I, adam》을 준비하면서 작가는 또한 추키카마타에서 약 1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국제 연구소이자 거대한 전파망원경 관측소인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여러 국가가 협력하여 우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두 장소를 글로벌 소유권 주장과 연관된 상징적 지표로 바라보면서, 물질적 재화의 수집과 비물질적 재화의 수집이라는 두 장소의 근본적인 기능 간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연결고리였다. 즉, ‘땅’의 점유를 위해 인간 삶이 눈에 보이게 이주당하는 현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와 파동, 그리고 정보와 에너지가 결합된 개념이 상충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qbit to adam I, adam》에서 최찬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죽으면 그의 신체는 입자로 변해 대부분 흙이 되고 땅의 일부가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토지 소유권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흙이 된 몸에 대한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땅에 새겨진 보이지 않는 기억, 즉 지구의 데이터는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이 물질과는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소유권이라는 원칙이 전 세계에 만들어낸 경계선에 의해 이주된 사람들, 그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파동은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최찬숙의 작품 〈qbit to adam I, adam〉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철학적 문제들이다. 작품은 물질과 비물질, 가시성과 비가시성,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이끌어내며,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와 그 안에 존재하는 개념들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제안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