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움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개인과 사회가 접촉하는 ‘사이’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바라본다. 초기에는 특히 인터넷과 SNS에서 형성되는 비대면 관계에 주목했다. 〈리카〉(2009-2010), 〈프랜져〉(2010), 〈정일〉(2012) 등에서 그는 채팅 기록과 SNS 타임라인을 장기간 수집하고 분류하며, 물리적으로 만나지 않은
사람들이 텍스트와 데이터만으로 관계를 만들고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을 살폈다.
이때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기술 장치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타자와 개인을 연결하는 관계의 공간이었다. 개인적인 채팅에서 출발한 관심은
빠르게 집단적 정보가 흐르는 SNS로 넓어졌고, 사적인 대화
속 사회적 징후와 사회적 사건 속 개인의 흔적을 교차해 읽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2013년경부터
이 ‘사이’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 환경을 벗어나 실제 전시장과
사회적 관계의 구조로 이동한다. 〈여기는 언제나 월요일/차가운
친밀성〉(2013)에서는 전시장 벽에 새긴 문장을 다시 메워 작가의 흔적을 거의 보이지 않게 남겼고, 《RSVP》(아트선재센터, 2014)에서는 전시장을 환대와 관계가 작동하는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다뤘다.
이 시기 중요한 변화는 작가가 관계의 내용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자신을 최대한 감추고
사물의 배열과 분류, 흔적을 통해 간접적으로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터페이스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화면에서 벗어나 전시장, 책, 벽, 관람객의 동선처럼 관계를 조직하는 물리적 조건으로 확대된다.
《대나무 숲 옆에서》(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5)와 〈맹지〉(2016)를 거치며 이러한 관심은 개인이 사회의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이동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전자에서 익명의 사용자들이 노동과 생활의 고민을 토로하는 온라인 ‘대나무숲’은 목소리를 감추면서 동시에 증폭하는 인터페이스로 읽혔고, 후자에서는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 타인의 땅을 거쳐야만 접근할 수 있는
‘맹지’가 사회적 관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모델이 되었다.
서울, 홍콩, 대만의 화자들이 공간을 점유하거나
떠나고, 남겨진 장소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관계의 문제를 개인 간 소통에서 공간의 소유와
점유, 이동, 기억으로 확장했다. ‘사이’는 이제 추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사회적·물리적 조건으로 구체화된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 작업의 중심은 이러한 관계 구조가 개인에게 남기는 감각과 정서 쪽으로 점차 이동한다. 돌봄의
경험을 작업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잠걸음〉(2021), 〈리미널〉(2022), 《dazzled & muddled》(프라이머리 프랙티스, 2023)를 거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생겨나는
불안, 무력감, 희망, 긴장과
같은 붙잡기 어려운 감정에 관심을 둔다.
이전 작업에서 관계의 흔적을 수집하고 분류했다면, 이 시기부터는 그 관계를 통과하며 몸에 남은 진동과 기억을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꿀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최근 'Measure'(2024-) 연작에서는 ‘측정’이라는 개념을 통해 내면의 소리와 감정을 선, 색, 질감으로 옮기며, 인터페이스에
대한 오랜 관심을 외부 관계의 구조에서 내면과 세계가 만나는 감각적 경계로 다시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