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r image of 《Last nights》 © O’NewWall

스페이스 오뉴월에서는 홍진훤 개인전 《마지막 밤(들) Last nights》을 연다. 자신을 풍경 사진작가로 규정하는 홍진훤은 첫 번째 개인전 《임시풍경》에서 압축적 근대화에 따른 도시 개발, 경제 성장을 가장한 맹목적 토목 및 건설 사업이 초래한 생태 환경의 황폐화, 사회적 삶의 인간적 조건이 뿌리째 뽑혀 나간 채 자행된 도심 재개발에 대해 다루었다.

두 번째 개인전 《붉은, 초록》은 제주-오키나와-밀양-후쿠시마로 이어지는 풍경을 기록한 네 곳의 풍경으로부터 이 풍경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초록의 존재들에서 파헤쳤다. 그가 발견한 것은 역사 그 자체가 퇴적된 생존한 것들이었고 인간이 생산한 비인간성의 흔적들과 기억들이 붉은 피를 먹고 자라나 초록의 역사로 자리를 지키는 현장이었다.


Hong Jin-hwon, Last nights #49 Gyeongbu Expressway, Chupungnyeong Service Area, 2014, Digital pigment print, 41.3 x 55 cm © Hong Jin-hwon

속도 중독의 시대, 전국 210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민낯 풍경

이번 세 번째 개인전 《마지막 밤(들)》은 한국 근대화의 혈맥인 고속도로의 휴게소를 담는다. 평소 고속도로 휴게소에 허용된,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무책임한 무질서’가 좋아서 시작된 작업은 전국의 휴게소를 담아가는 상황에서 점점 늘어가는 고민거리와 맞닥뜨려야 했다. 고속도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두가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법적으로 25킬로미터마다 하나씩 있어야 하는 휴게소는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이 달랐다.

그가 사회적 속도의 상징이라 여긴 고속도로의 틈이자 궤도 이탈의 공식적 합일점이 휴게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휴식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며 누구도 제 삶의 속도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휴게소는 머물며 쉴 곳이 아니라 어느새 낯선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작가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는 1970년 조국 근대화의 상징이라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 37개의 고속도로가 운영 중이며 추풍령휴게소를 시작으로 210개의 휴게소가 운영 중이다. 홍진훤은 지도에 표시된 고속도로 휴게소를 모두 돌아다니며 그 풍경들을 응시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취한 사진의 방식은 해가 지고 난 후 휴게소의 단편들이다. 휴게소의 조명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사라지고 우리에게 휴게소의 민낯이 드러난다.

전국을 돌고 지금의 전시를 준비했다. 사진은 남았고 그 사진이 이제 우리가 볼 전시에서 선보인다. 그러나 그가 이 허망한 여행을 마치고 정한 제목은 《마지막 밤(들)》이다. 그가 1년을 지켜본 휴게소 풍경은 지난 1년 사이 자신에게 또 다른 과업을 부여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지류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삶에서 벌어지고 마는,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우리 삶의 사태와 좀처럼 거리를 두지 못한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태로 대변되는 우리 삶의 속도가 초래한 예외적 사태들에 눈 돌리지 못하는 것이다. “정지는 죽음”이라는 철학자 폴 비릴리오의 선언이 그 반대의 결과에서도 무력함을 알아버리고 난 후, 그가 순회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숨이 차고 멀미 나는 공간이었다.

그는 어지러운 상징들과 이해할 수 없는 빛들로 가득 찬 그곳에서 쉼은 유예되고 속도에 떠밀려 난파된 고립된 섬을 보았다. 부유물과 자신과 상관없는 빛에 노출된 섬이 그곳에 떠도는 것이다. 그곳에서 자신마저도 섬이 되고 마는 상황에 직면했다.


Hong Jin-hwon, Last nights #01 Seohaean Expressway, Gunsan Service Area, 2015, Digital pigment print, 41.3 x 55 cm © Hong Jin-hwon

조난신호를 타전하는 '마지막 밤'들의 기록

홍진훤은 전국을 돌고 제 자리에 돌아왔더니 이제 자신이 돌아올 곳이 없었다고 술회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의 책의 구절은 이번 전시를 위한 생각의 단초가 되었다. “경무대 앞에서 그 많은 학생들이 무얼 몰라서 총 맞아 죽은 것이 아니며, 거대한 폭력에 에워싸인 광주의 젊은이들이 그 마지막 밤에 세상을 만만하게 보아서 도청을 사수하려 했던 것도 아니다.”

《마지막 밤(들)》이라는 이번 전시는 자신이 보고 만 조난신호에 대한 증명이다. 하나의, 최후의 밤이 아닌, 끈질기게 되돌아오는 그 밤들에 대해 담고 반추할 밖에 없었던 자기 고백이 담겨 있다. 그 풍경을 의심하고 그 풍경들을 좇아 다닌 자신을 의심하는 지금 상황이 바로 이 전시다.

그가 아무리 “아무튼 나는 에둘러 가려다가 수렁에 빠졌다”라고 하며 이 사진들이 그 허망한 표류의 기록들이 될 것이라 할지언정 조난신호는 결국 모두 발견된 신호다. 비록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늦음이 타전을 보낸 이들에게는 공허할 터이지만 우리의 시차와 사진이 보내는 시차는 작가의 허무와 반성으로만 갈무리될 대상이 절대 아니다.

근대화의 조난신호가 전하는 《마지막 밤(들)》은 고속도로의 풍경이 시사하는 우리 삶의 풍경에 대해서 담는다. 하나의 지류만을 간취해도 좋고 이 전시를 통해 오늘의 속도가 어떻게 삶에서 유예되고 낯섦을 자아내는지 대면해도 좋다. 《마지막 밤(들)》이 전시 제목에서 복수의 형태를 취하듯이, 우리에게는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밤의 역사가 있고 그 밤의 기록자이자 증명자가 여기 존재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