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背影畵聲 배영화성 : 등 뒤에서 오는 울림》 전시전경 ©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

코리아의 뒷모습, 어떤 시간의 증거

2006년 첫 개인전부터 최원준의 사진은 늘 앞을 향해 있었다. 콜라텍, 집창촌, 벙커, 감시초소, 미군 부대 훈련장 등 압축된 한국사와 냉전의 서사 바깥에 소외되고 금지된 공간을 정면에서 바라보던 그의 눈은 우리의 시각적 경험 구조를 재배치한 시선의 정치학이다. 2010년부터 십여년 간 전개된 만수대 창작사 프로젝트는 북한이 아프리카에 건설한 기념비와 건축물의 역사를 추적하고, 우리 공통의 심리에 입력된 북한 이미지를 벗어나 그 실체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작업이었다.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일단락한 작가는 2021년 동두천 보산동으로 이주하여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라는 공간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이제 복합적인 근대의 표상이 되는 공간이나 서사만이 아니라 동두천이라는 장소의 역사성과 그곳에 있는 서아프리카인 이주노동자 공동체로 옮겨갔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로 급격히 하락한 동두천의 ‘기지촌 경제’, 인구가 줄고 쓸모가 없어져 버려진 공간들, 반환 시기가 불투명한 캠프 케이시, 미군 기지를 둘러싼 무력의 역사와 아픔을 기리는 애도의 공간 곁으로 생계를 위해 이주한 아프리카인들이 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장소의 특수성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재구성된 이미지를 통해 일종의 시간 여행을 시도한다. 전시장의 도입에는 동두천의 복잡한 탈식민주의 역사와 경제, 이곳에 공존하는 아프리카 공동체의 굳건한 전통문화와 세대를 거쳐 진행된 다원주의적 상황 등을 설명하는 아카이브와 영상이 먼저 보여진다. 이어지는 2층 전시장에는 1963년에 개업하여 지난해 폐업한 동네 사진관에서 물려받은 아카이브 - 주로 미군과 아시아 혹은 흑인 여성을 찍은 초상 사진과 그 배경이 되는 그림들이 있다.

우리 미술사에서 이 초상 사진을 전유했던 김용태의 〈디엠제트〉(1984)가 분단 현실의 사회적 구조를 드러내는 브리콜라주(bricolage) 였다면, 최원준의 〈배영화성〉(2025)은 그것을 뒤집어 외면화된 역사를 살았던 개인의 존재적 증거로 제시한다. AI 기술에 입력된 사진의 데이터는 인물들의 뒷모습만을 추출한다. 익명의 개인에 관한 사회문화적 정보는 물론 예술의 아우라까지 소멸된 이미지는 기술의 글리치와 에러를 감추지 않는다.

그것의 한계까지 포괄하는 이미지의 총체는 다중적인 역사, 침략과 이주의 경제적 논리를 역으로 생산하는 ‘코리아’의 뒷모습이다. 부재하는 앞모습은 개별적인 역사상실의 기호이면서, 없음을 통해 있었음을 증명하는 존재의 역설이 된다.

또 다른 공간에서 소개되는 사진과 영상은 탈식민주의 서사와 다문화적 현재가 공존하는 동두천의 미래를 상상한다. 이 전시에서 시도된 기술적 실험과 예술적 실천 사이에 감지되는 어떤 틈은 이 예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될 수 있다. 이 틈은 사회, 예술과 일상 모두에 걸쳐 있는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른 감각의 세계로 연결되는 저항이 될 수 있을까? 한국과 아프리카의 전통 요소를 마주 세운 제의적 풍경은 문화 간의 간극을 열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근대를 성찰하는 여러 단면 중 하나일까?

구체적인 정체를 감춘 인물의 뒷모습은 그것이 무한하게 생성 가능한 이미지임을 암시한다. 반복이라는 기술의 문법을 통해 관람자는 알 수 없는 역사의 서사를 직접 추동하고 그때 그곳으로 재귀하는 운동성을 경험한다. 따라서 이미지가 드러내는 디지털적 시간은 현존하는 역사와 공동체에 내재된 기억의 파편을 목격하는 회로가 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