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bum Park, Study of Right Hand, 2013-2015, 6-channel video, 11 min 30 sec © Junebum Park

건물에 이상할 정도로 많이 붙어있는 간판들, 텅 빈 공간에 지어진 작은 사무실, 신자와 합창단으로 빽빽한 교회의 내부. 어색하지만 마치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기묘한 풍경은 박준범의 비디오 작업을 특징한다.

작가는 숫자를 쓰며 이동하는 손을 조금씩 뒤틀고 변화하는 화면을 연출한다. 무언가 움직이고 혹은 사라지는 화면은 특정한 ‘사건’ 없이 느슨하게 진행된다. 나른하고 애매모호하게 무언가 말한 것 없이 또는 애초에 말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영상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비가시적인 거대한 구조와 시스템을 암시하지만 관객이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기에는 그 운동이 너무나 미시적이며 너무나 평범해서 단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나 거리의 풍경만이 존재한다.


Junebum Park, Study of Right Hand, 2013-2015, 6-channel video, 11 min 30 sec © Junebum Park

박준범은 이번 개인전에서 모눈종이의 1/3 지점, 2/5지점 사이의 나누어 지지 않는 수를 찾아 표시하고 분수로 표기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전시한다. 6개의 비디오는 오른손 3개, 왼손 3개로 이루어지며 왼쪽으로 써가는 오른손잡이의 쓰기, 오른쪽으로 써가는 왼손잡이의 쓰기로 이루어진다. 영상은 숫자를 받아 적는 행위와, 계산하는 행위 두 가지로 분류되면서 나누어지지 않는 값을 구하는 노력과 손을 사용하는 자의 관습적 행동을 미세하게 드러낸다.

수학적 답을 구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나누어 지지 않는 숫자 2/5,1/3의 값을 구하는 목적은 사라지고, 상황을 연출한 설계자(작가)가 미리 설정해 놓은 운동 사이를 지루하게 반복할 뿐이다. 숫자가 상징하는 논리와 이성의 보편성과 객관성, 합리성의 사이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무의미, 허무와 목적없음은 박준범의 이전 작업서도 볼 수 있었던, 화면 뒤에 비가시적으로 존재하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하게 했던 작업과 궤를 같이 한다.

기존의 비디오 작업이 바쁘게 움직이는 손으로 무언가 현실을 변화시켰다면(비록 그것이 연극적 허상일지라도), 이번 〈오른손 연구〉에서 작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자신이 설계한 상황을 조용히 관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른손 연구〉 비디오 6점과 함께 같은 맥락에서 제작한 미공개 비디오 영상 3점을 선보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