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철의 작업은 조각을
중심에 두지만, 조각만으로 닫히지 않는다. 그는 회화, 설치, 영상, 3D 스캐닝, 3D 프린팅, 드론 촬영, 사운드, 퍼포먼스, 세라믹을 함께 사용하며,
물질과 이미지가 서로 이동하는 과정을 작업의 핵심으로 삼는다. 초기 작업에서는 콘크리트, 파이프, 타일, 기하학적
구조처럼 건축적 재료와 모듈이 중요했다.
작가는 도시에서 발견한 구조를 추출하고 변형해 다시 조합하면서,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물과 공간 안에 숨어 있는 불편함과 통제의 방식을 드러냈다. 《설계된 경험》(빠빠빠 탐구소 세운점, 서울, 2017)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 전시로, 일상적 디자인이 몸과 행동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조형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도구의 도입은
이웅철의 형식을 크게 바꾸었다. 드론은 건축물을 중력이 사라진 듯한 부유하는 이미지로 바꾸고, 3D 프린터는 동일한 유닛을 출력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오류를 남긴다. 작가는
이러한 오류를 실패로 제거하지 않고, 반복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변주로 받아들인다.
〈아이스크림 콘크리트〉는 실패한 3D 프린팅 개체들을 다시 쌓고
배열해 조각으로 만들며, 견고한 콘크리트의 감각과 디지털 이미지의 미끄러운 표면을 한데 결합한다. 이 작업에서 조각은 무겁고 고정된 물체라기보다, 현실의 물질성과
가상 이미지가 잠시 겹치는 상태에 가깝다.
〈물의 겉면〉과 〈불의
표면〉 이후, 작가는 영상과 조각을 서로의 보조 장치이자 긴장 관계로 다루기 시작한다. 〈After Effect〉는 제너러티브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든
비정형적 움직임의 한 순간을 포착해 조각으로 구현하고, 영상은 조각이 담지 못하는 시간의 변화를 보충한다. 〈구멍난 조각〉은 3D 스캔된 조각을 인공적 자연 공간 안에서 천천히
회전시키며, 조각의 실제 크기와 영상 속 크기 사이의 차이를 통해 현실의 무게감을 지운다.
《이상한 정원》(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 2022)은 3D 스캐닝 기반 영상, 디지털 조각, 캐스팅 오브제, 프랙탈
이미지를 한 공간에 결합해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혼합현실처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조각을 보는
동시에, 가상 이미지가 물리적 공간을 어떻게 다시 조직하는지 경험하게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형식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 《검은 돌과 다리미》는 영상과 설치, 시, 사운드, 퍼포먼스를 결합해 아버지의 기억과 한국 산업화의 시간을
감각적으로 호출한다. 〈현자의 돌: 최초의 사물〉(2024)은 연금술의 상징인 현자의 돌을 중심으로 자원, 노동, 자본, 기억의 관계를 신화적 이미지로 구성한다.
《마나의 이미지》의 〈마나의 기원〉(2025), 〈Enantiotropy〉(2025), 〈Firestone〉(2025), 〈Transform
No.3〉(2025)는 자연 풍경, 디지털 이미지, 돌의 3D 스캔,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중간 상태를 통해 물질의 변형 가능성을 다룬다. 《비-세계》의
〈타워〉(2025), 〈리플레이〉(2025), 〈좌표들〉(2025), 〈테라노바〉(2025)는 조각, LP 사운드, 세라믹 좌표, 거울과
식물이 결합된 인공 생태계를 통해 인간 이후의 세계를 감각하는 새로운 장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