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Non-World》 (WWNN, 2025) © Woongcheol Lee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창작산실에 선정된 작가 이웅철의 개인전 《비-세계》가 열렸다. 이웅철은 현실과 가상, 생명과 무생명, 자연과 문화의 경계를 주제로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각과 인식의 층위를 시각화해 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 중심으로 구성된 관점과 질서를 벗어나려 한다.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가 초래한 인간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데서 출발해, 인간의 부재가 곧 소멸이 아닌 새로운 질서와 가능성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탐색한다.

그러나 《비-세계》는 인간 이후의 시간을 단순히 파국적으로 상상하지 않으며, 현재의 위기를 직시하는 동시에 그 너머를 들여다본다. 전시에는 조각, 설치, 세라믹,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비인간적 감각과 관계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를 방문한 관객은 스스로 세계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존재로 초대되며, 예술을 매개로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감각적 성찰과 미지의 가능성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웅철 작가의 개인전 《비-세계》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전시 공간 WWNN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이웅철 작가와 이상미 독립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을 맡았다. 《비-세계》는 인간이 사라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비인간적 관계와 다양한 존재 방식을 실험적으로 상상하는 전시다.

인간 중심적 사고,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가 불러온 불확실한 미래를 배경으로, ‘만약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지속될 것인가’를 묻는다. 그러나 인간이 사라진 뒤의 세계를 단순히 종말론적으로 상상하지 않고, 현재의 위기를 성찰하며 새로운 가능성과 책임을 함께 모색한다.

Installation view of 《Non-World》 (WWNN, 2025) © Woongcheol Lee

《비-세계》에는 조각, 설치, 세라믹, 영상, 사운드 등 익숙한 감각 체계와 의미 부여 방식에 의문을 던지는 신작이 소개된다. 〈타워(Tower)〉는 조각가 콘스탄틴 브란쿠시의 대표작 〈무한주(Endless Column)〉를 참조하고 해체해 새로운 구조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조형물은 인간이 만든 기념비가 시간이 흐르며 원래의 기능을 잃고, 다른 생명체의 서식지 혹은 놀이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상상을 시각화한다.

〈리플레이(Replay)〉는 사운드 아티스트 서혜민과의 협업해 LP로 제작한 20분 길이의 사운드 작품이다. 작가가 수집한 바닷속 소리, 일상의 기계음 등을 소재로 서혜민이 사운드 디자인과 편집을 맡았다. 돌고래 소리, 전자음, LP 노이즈 등을 혼합해 기존의 음악적 질서를 해체하며, 비인간적 존재가 이러한 소리를 어떻게 감각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게 한다. 〈좌표들〉(2025)은 인간의 얼굴을 3D 스캔해 점토판에 좌표 형태로 새긴 뒤, 고온의 가마 소성을 거쳐 완성한 세라믹 작업이다.

기술과 원시성을 결합한 이 작품은 미래의 고등 존재에게 인간의 흔적을 전하는 시각적 메시지이자, 동시에 해석되지 못할 불완전한 기록으로 기능한다. 〈테라노바(Terra Nova)〉는 거울로 둘러싸인 직사각형 구조물 내부에 옥수수나무를 심고, 그 성장 과정을 관찰하게 하는 설치 작품이다. 이 인공 생태계는 인간 생존의 가능성과 생태학적 관계망을 탐색하며,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해체한다.

이웅철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인간 중심의 질서를 넘어선 감각의 재구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탐구한다. 전시 공간은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관람자가 스스로 세계를 다시 감각하고 사유하도록 유도하는 열린 구조로 구성된다. 이는 전시를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닌, 관객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사유의 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관객은 전시를 통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예술을 매개로 새로운 감각과 존재 방식을 사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웅철 개인전 《비-세계》는 ‘부재하는 감각 주체’라는 조건 아래 형성된다. 이는 인류의 소멸을 선언하기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세계의 가능성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인간이 부재하는 세계를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인간의 취약성을 직시하게 되고, 그 취약성에서 발현된 창조적 잠재력은 새로운 태동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각자의 방식으로 발화하는 작품들은 중심에서 벗어난 구조 위에서 새로운 가능과 확장을 예비한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질서, 인식되지 않는 잔여, 정의되지 않는 접촉들이 만들어 내는 생경한 미래를 모의한다. 기존의 중심을 해체하는 것은 파괴가 아닌 스스로를 재편할 수 있는 가능성의 통로를 여는 일이다. 관람자는 이러한 무형의 통로를 통과하며 세계가 가진 낯선 지속성을 마주하고 비결정적 미래를 감각하는 능동적 주체가 된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전환의 조건이 되고, 잔해는 무용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생성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 이상미(독립 큐레이터)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