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읽다:Artist] (76) 김윤아 작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개개인 각자의 삶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을 ‘존재의 미학’이라 했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존재의 현전은 존재자들의 차이 속에서 움튼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필자의 판단에 작가 김윤아의 작업은 존재에 관한 이 두 가지 강조를 모두 관통한다.


김윤아, 〈나를 지나가〉, 2017, 철, 잡초, 흙, 조명, 40 x 30 x 30 cm © 김윤아

작가에게 ‘존재’란 실존을 거푸집으로 한 스스로의 회고이자 자신의 삶에 관한 질긴 의지의 표출이다. ‘나’로부터 발현된 이 존재의 의미는 규정된 시각언어에 함몰되지 않은 채 예술의 다양한 영역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방향에서 확산되고, 예술의 자치가 발하는 신호, 그 개입에 의한 구현에서 완성된다. 특히 실존을 예술 명사로 한 동시대 미술의 탈경계의 족적들, 인문학적 토대들, 서로 다른 사회적, 정치적 의미로써의 문화적, 예술적 경계 읽기 등의 형식변주는 흥미로운 지점으로 평가된다.

그는 자신의 여러 작품을 통해 존재성이 부여되는 공간, 즉 장소성과 그 흔적들의 탐구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을 구성하거나 영위되는 외계와의 접속자체에 방점을 두는 것 혹은 나와 연계된 직접적, 객체화된 사회와 사람, 예술과 현재의 문명적인 문화, 그리고 정신과 물질 자체를 통한 정체성 부분에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7년 11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마당에 설치한 〈나를 지나가〉(2017)는 눈여겨보지 않는 사물(잡초 등의 식물)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애정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일상의 재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설치작업은 작가 김윤아가 오랜 시간 화두로 삼아온 ‘존재’가 명료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허나 분명 땅 밑/발 밑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존재는 부재의 상태에서야말로 존재를 부여받는 아이러니를 포함한다.

사실 〈나를 지나가〉는 특정한 공간에 어떤 대상을 새롭게 이식/이동했을 때 전혀 다른 문맥과 이야기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소 특정적’ 작업이다. 어떤 지정 혹은 특정된 장소나 공간 주변의 상태와 특징 등을 고려해, 그 장소와 미술이 유기적 의미를 갖게 되는 미술인 셈이다. 그렇지만 작가에게 〈나를 지나가〉는 보잘 것 없는 것에 대한 연민이 담긴 부재의 강렬함을 가리키기도 한다. 부재를 다룸으로써 존재를 존재답게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발표된 〈사상수평선〉 역시 좁은 공간에 식물을 수북이 채운 작업이다. 〈나를 지나가〉에서처럼 존재하지만 존재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것들에 시선을 옮긴 이 작품은, 죽어가는 잡초를 통해 존재의 정립을 말하고자 했다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이 작업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영상은 그 잡초의 생명의 순환을 24시간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밖에도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것과의 흔적에 대한 존재의 무관심을 다룬 설치작품 〈Title Event Horizon〉(2016)을 비롯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과 그 예수상에 날카로운 면도날을 수없이 꽂아 존재와 부재 사이에 놓인 ‘틈’의 예민한 결을 표현한 〈Untitled〉(2017) 등도 존·부재를 다룬 작품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17년 6월 부산 홍티아트센터 개인전에 선보인 〈Untitled〉은 있음과 없음, 외형과 내형,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 등을 사적이지만 공감 가능한 신비로운 사유의 시공 아래 펼쳐놓은 대표작이다. 이전 존·부재의 관계를 ‘사이-틈’으로 연장한 작업이라는 점, 작가에겐 하나의 나침반이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