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이브, 〈배산임수-곧게〉, 2010, 시멘트, 가변설치 © 곽이브

1. 배산임수

작품 제목. 이 작품은 '지탱', '부서지더라도', '곧게'로 세분된다. 배산임수는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가장 이상적인 택지법으로 원초적인 삶의 조건을 충족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작업은 주변에 비슷한 나무들이 줄지어 있음에도 한 나무에 여러 개의 새집이 밀집된 '과잉'의 모습에서 시작됐다. 그곳이 새들에게 '명당'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에게 명당은? 일정한 땅에 높이 솟아오른 아파트가 아닐까.


2. 아파트 평면도

'과잉'의 대상으로서 작가는 아파트를 선택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평면도이다. 작가가 선택한 아파트 평면도는 유명 브랜드의 것이다. 그곳은 사람들의 열망이 제일 높은 곳이다. 그렇다고 그것에 대한 어떤 가치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저 '관심'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작가의 말을 옮겨보자. "저에게 있어 평면도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 신문지 사이에 끼어 오던 광고지에 실린 평면도를 그림 보듯이 보며 놀았던 것에서 출발해요. 진짜 공간이 되는 것 마냥 색으로 칠해진 면들을 바라보며 이것저것을 상상하죠. 배산임수의 아파트 형상은 평면도에 적절한 높이를 주어 입체로 만들었습니다. 평면도가 층층이 쌓이면 아파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평면도 전체 외곽 형태를 따라 틀을 세우고 시멘트를 붓는 방법으로 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평면도에 그려진 구조와는 상관없이 내부 공간이 꽉 찬 조각이 되고, 그대로 외곽의 형태가 결정됩니다. 사실 제가 평면도에서 즐겨보던 것은 내부 공간인데, 이처럼 상세한 내부 구조가 생략되어 무용하게 되는 것이 현재 대상에서 느끼게 되는 심상을 더 드러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실제로 건물이 만들어 지는 것처럼 기반을 닦고 구조물을 세우고 거푸집을 만들고 벽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여기에서 의미가 없었습니다. 저는 실재하는 아파트의 형상을 담은 것이지 아파트라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3. 시멘트

아파트 평면도를 쌓아 올린 〈배산임수〉의 재료. 그러나 이 재료는 본래의 성질과 다르게 쓰인다. 시멘트는 다른 물질과 혼합되면서 강력한 내구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에서는 오히려 연약하고 섬세하고 쉽게 손상되는 재료이다. 작가는 시멘트의 이러한 특성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작가는 재료의 상태가 변하고 그 과정에 대응하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의 말을 옮겨보면, "조각이 부러질 것은 예상하지는 못했는데, 막상 부러지니까 당연한 듯이 붙여서 형상을 유지하게 했어요. 너무도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아파트가 높은 만큼 밀집된 인구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온전하던 형태가 부러지고 다시 원 형태로 되는 과정이 있으니까 그 밀집된 형태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사람들의 의지, 심정이 더 강조 되는 것 같아요."


4. 높이

작가에게 높이는 상징을 담는 조건이다. 그러기에 얼마나 높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높이와 재료가 자아내는 정서적 긴장감이다. 〈부서지더라도〉는 다양한 높이가 혼재한다. 〈지탱〉은 덩치에 대한 이야기로 모두 높이가 같다. 〈곧게〉는 평면도의 실제 평수를 cm으로 치환하여 높이를 설정했다.

작가는 높이를 설정한다. 그리고 그 높이까지 노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높이와 재료가 만들어내는 조형적인 측면의 탐구가 그의 작업이다. 재료의 성질과 제작 방식에 따라 조각들이 기울어지고 부러지면서 조형성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5. 지탱

배산임수를 주제로 3개의 작업이 있다. 〈배산임수-부서지더라도〉, 〈배산임수-지탱〉, 〈배산임수-곧게〉로 이어지는 그의 작업에서 최고의 수작은 〈배산임수-지탱〉이다. 이 작업에서 시멘트 높이와 심지의 길이는 모두 동일하다. 단, 두께가 다르다. 즉 이 작업은 시멘트의 투께와 심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장 상태에 대한 조형적 반응이다. 조각이 튼튼하기 위해서는 심지가 필요하지만, 심지가 휘어지면서 구조물 역시 휘어진다.

결국 어느 것이 어느 것을 지탱하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벽에 기대어 있다. 벽이 심지를 지탱한다고 볼 수 있으며, 심지가 벽을 지탱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멘트 구조물이 벽을 지탱한다고도 볼 수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