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이브는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환경과 그 환경을 구성하는 테와 틀, 평면과 입체, 건축과
신체의 관계를 관찰해왔다. 그의 작업은 한국의 아파트와 집합주거, 도시
건물, 전단, 평면도, 창문, 하늘, 달력, 의복, 이사, 셀프 인테리어처럼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구조와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러한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고, 욕망과 믿음, 기억과 행동의
양식을 만들어내는지 살핀다. 곽이브에게 건축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의 이동과 사용, 시간의 축적, 이미지의
복제와 소비를 통해 계속 다시 구성되는 환경이다.
초기 작업에서 곽이브는
아파트 평면도와 주거 욕망을 조각의 문제로 다루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배산임수’ 연작은 유명 브랜드 아파트 평면도의 외곽을 따라 틀을
만들고 시멘트를 부어 입체화한 작업으로, 〈배산임수-부서지더라도〉(2010), 〈배산임수-지탱〉(2010),
〈배산임수-곧게〉(2010) 등으로 전개되었다.
배산임수라는 전통적 명당의 개념은 이 작업에서 현대 도시의 아파트로 옮겨오며,
‘잘 살고 싶은’ 욕망과 ‘좋은 곳에 살고 싶은’ 보편적 감각을 동시에 드러낸다. 작가는 평면도 내부 구조를 지우고
외곽만을 따라 시멘트를 붓는 방식으로, 실제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꿈꾸는 주거의 형상과 밀집된 도시의
심리를 다룬다.
2015년
개인전 《평평한 것은 동시에 생긴다》(갤러리조선, 서울, 2015)는 평면이 입체가 되고, 입체가 다시 평면으로 돌아가는
곽이브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걸음〉(2015)은 전시장
계단의 크기와 높이를 변형해 관객이 직접 밟고 지나가며 완성되는 조각이고, 〈면대면〉(2015)은 인쇄물을 건축 자재처럼 사용해 전시장 안에 또 다른 가변적 공간을 만든다.
이 시기부터 작가는 건축 환경을 ‘보는’ 것을 넘어, 관객의 몸과 움직임이 공간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주목한다.〈오아시스 #3〉(2010)에서
관객이 플라워 폼을 누르며 남긴 흔적을 작가가 복원하지 않고 석고로 기록한 것처럼, 그의 작업에서 공간은
늘 인간의 행위와 접촉하며 변형된다.
이후 곽이브의 관심은
도시 건축에서 시간, 기억, 신체, 데이터, 생태적 환경으로 확장된다.
《흰머리》(공간형, 서울, 2017)는 작가 자신의 흰머리와 아버지의 치매 경험을 바탕으로, 생체적
시간과 공간 인식의 변화를 달력과 회화로 시각화한 전시다. 〈날〉(2017)은
달력의 숫자와 위치를 회화의 벽으로 만들고, 〈달력〉(2017)은 44년 6개월의 시간을 손에 들고 볼 수 있는 구조로 제시한다.
2020년대 이후에는 〈쿠키〉(2020), 〈하늘의 구조〉(2016), 《RE: 새-새-정글》(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2), 《이사24》(Hall
1, 서울, 2024) 등을 통해 남은 물질, 대기의
층위, 재생 플라스틱, 이사와 재배치의 행위를 다루며, 삶의 구축성이 어떻게 물질과 비물질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지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