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서형: 〈Too Much Future〉 빌보드가 드로잉 연작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는 이 작품을 특히 공공미술 작업으로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당시에는 이미 베를린으로 이주한 뒤였던 것 같은데, 제게는 이 작품이 뉴욕에 있는 당신의 몸과 작업을 대신하는 존재처럼 느껴졌거든요. 당시 경험은 어땠나요?
김 크리스틴 선: 재미있네요. 우리가 2013년에 처음 만났고, 5년 뒤인 2018년에 당신이 이 작품을 마주했다고 했잖아요. 어떤 면에서 〈Too Much Future〉는 일종의 중간 지점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저도 2017년에 엄마가 되었고, 지금 전시 8층에 있는 '퓨처 베이스' 연작을 만들었어요.
당시 휘트니 미국미술관의 큐레이터 제니 골드스타인이 빌보드 작업을 해보겠느냐고 물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렇게 큰 규모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없었고, 제 작업이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지도 확신하지 못했어요. 드로잉 하나를 빌보드 크기로 키울 수 있을지 몰랐죠. 저는 늘 종이로 작업해왔고, 제 작품이 바깥의 공공공간에 놓이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막 엄마가 된 터라 정말 압도되어 있었고요.
〈Too Much Future〉의 드로잉은 두 개의 반원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냥 선 하나, 튀어 오르는 움직임, 또 하나의 선이죠. 저는 감정과 불안, 낙관, 분노가 자리할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선을 두껍게 했어요. 그리고 빌보드가 설치된 곳은 하이라인의 시작점일 수도, 끝점일 수도 있어요. 미래일 수도 있고 과거일 수도 있는 거죠.
이 단순한 빌보드 하나가 제 작업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재미있어요. 결국 그 빌보드는 제 경력에서 굉장히 큰 도약이 되었고, 규모를 더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게 해줬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포 프리덤스에서 빌보드 커미션 제안이 왔고요. 그 일을 계기로 제 작업에 벽화도 추가하게 됐어요.
휘트니 미국미술관, 그리고 제니 골드스타인과 처음으로 전시를 함께한 것도 그때였어요. 2019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제니와 함께 작업하고 있죠. 워커 아트센터의 파벨 S. 피시, 톰 핀켈펄과 더불어 세 사람이 이번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를 맡았어요.
다이애나 서형: 제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은 것 같아 기쁘네요. 그 모든 것이 작품 안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2013년에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을 때, 당신이 왜 저한테 연락했는지, 어떻게 제 작업을 알게 됐는지 물으면서 놀라워했던 기억이 나요.
김 크리스틴 선: 그런데 도대체 제 작업을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다이애나 서형: 리서치를 하다가 알게 됐어요. 아마 바드 칼리지 MFA 웹사이트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보자마자 ‘이 사람과는 꼭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Future' 연작과 관련해서 작품의 확장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정말 좋네요. 그리고 그 작품이 제게 그랬던 것만큼이나 당신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움직여요. 당신의 작업이 이렇게 크고,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김 크리스틴 선: 그러고 나서는 제가 조금 욕심이 생겼죠. “어, 이게 다예요? 이렇게 큰 벽화 공간? 이렇게 큰 빌보드? 더 주면 안 돼요?” 이런 식으로요. 한번 맛을 보고 나니 이제는 돌아갈 수가 없어요. 드로잉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한 층 전체를 갖고 싶어요. 가끔은 사람들 눈앞에 아주 들이밀듯 존재하는 게 좋아요. 규모가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죠.
다이애나 서형: 이번 전시를 위해 그 연작을 다시 살펴보는 건 어땠나요?
김 크리스틴 선: 끝내주게 좋아 보인다고 생각해요[웃음]. 정말 끝내주게 좋아요. 아마 어떤 크기여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연작 전체 안에서 보게 되니 좋기도 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예전 작업들 곁에 있는 게 힘들어요. 과거에 만든 것들 중에는 지워버렸으면 싶은 작품도 있어요. 그런데 큐레이터들이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오래된 작업들도 보여줘야 했어요. 그 결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죠.
'Future Base' 연작은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던 시기에 시작됐어요.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지금 오히려 더 절실하게 다가와요. 이번 전시 설치는 트럼프의 가장 최근 취임식 바로 다음 날 시작됐어요. 개막일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이 삭감되고, 몇몇 반트랜스젠더 법안들이 나오기 시작한 날과 같았고요. 백악관 웹사이트는 군국주의적인 분위기로 바뀌어서 “애국적이지 않다면 미국인이 아니다” 같은 메시지의 영상을 내보냈어요. 해외에 있는 미국인을 위한 풀브라이트 장학금 지원도 삭감했고요.
분명히 이번 행정부는 접근성에 굉장히 적대적이에요. 농인들이 어떻게 자기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쪽에 투표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돼요. 정말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2020년 장애인 유권자 조사에 따르면 장애가 있는 유권자의 51%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접근성은 예전에는 초당적인 사안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3월이 됐고, 우리는 이런 상황에 놓여 있죠. 오히려 제 전시가 지금 정확히 필요한 시기에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이애나 서형: 전시 도록에서 톰 핀켈펄, 제니 골드스타인, 파벨 S. 피시와 나눈 대화 「유머는 인간적으로 만든다」에서 당신이 ‘멍청한 청인들(dumb hearing people)’이라고 쓴 부분을 보고 웃었어요.
김 크리스틴 선: 청인도 ‘멍청할’ 수 있죠. 뉴욕의 한 바에서 농인 친구들이랑 있었는데, 모르는 남자가 다가왔어요. 바에서 글을 써가며 서로 대화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이 우리의 농에 관해, 그리고 저와 제 친구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다 같이 모일 수 있는지 계속 묻고, 옷이 참 멋지다는 얘기도 계속했고요. 기자들과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 멍청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순간들이 좋아요. 청인들도 정말 멍청할 수 있다는 걸 볼 때가 좋아요.
교육자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늘 청인이었고, 그들은 무엇이 저에게 가장 좋은지를 결정해왔어요. 마치 저 자신보다 저에 대해 더 잘 안다는 듯이요. 그래서 밖에서 청인이면서 멍청한 사람들을 만나는 이런 순간들이 저는 고마워요. 그런 경험을 통해 제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저는 누군가가 돌봐주고 대신 결정해줘야 하는 존재가 아니에요.
대부분의 농인들은 청인이 가장 잘 알고, 청인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일종의 열등감을 품고 자라요. 그러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바라건대 성인이 될 무렵에는 그들도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죠. 그들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해요. 애초에 누구도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니까요.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아요.
다이애나 서형: 그 대목에서 웃으면서 저는 유머가 시간과 맺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세스 킴코언이 전시 도록의 글에서 시간이 당신 작업의 유령 같은 존재라고 쓴 것을 떠올리면서, 특히 인포그래픽에서 나타나는 유머의 즉각성에 대해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 작업들이 갖는 시간과 생성 과정에 대해서는 직접 듣고 싶어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전개되나요? 그리고 언제 그것이 완성됐다고 판단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