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요의 작업은 생명이 지식과 이미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박물관, 연구소, 도감, 표본실처럼 생물을 관찰하고 분류하며 보존하는 제도적 장치는 자연을 이해하게 하는 동시에, 특정한 기준에 따라 생명을 선택하고 분절하며 배열한다. 작가는 이 과정에 축적된 기술과 판단, 누락과 오독까지 작업의 재료로 끌어들인다. 생명과학, 자연사, 미술이 공유하는 관찰과 기록의 방식을 교차시키며, 생명체가 시각 정보와 문화적 대상으로 구성되는 조건을 탐구한다.
작업의 중심에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맺는 관계를 다시 조정하려는 태도가 있다. 접목 선인장, 인체 액침표본, 해양생물, 도시의 자생식물, 버섯, 토양 등은 인간의 필요와 분류 체계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리되고 이용되어 왔다. 이소요는 생명체를 유용성, 희소성, 식용 가능성, 관람 가치에 따라 서열화하는 시선을 유보하고, 각각의 생물이 놓인 생태적·역사적 조건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현장 조사와 감각의 훈련을 통해 인간 중심의 관찰 속도를 늦추고, 생명체가 주변 환경 및 다른 존재들과 형성하는 관계망과 시간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소요에게 연구는 창작에 앞서 자료를 수집하는 준비 단계에 머물지 않으며, 작품의 구조와 형식을 결정하는 생산 방식으로 작동한다. 선행 연구를 읽고 서로 다른 시대와 체제에서 작성된 기록을 비교하며, 현장을 찾아 채집하고 관찰한 결과를 주석, 표본, 도해, 드로잉, 문서로 재배열한다.
‘『조선식물도설 유독식물편』, 주석’에서는 미완으로 남은 식물 연구의 계보에 예술가로서 참여해, 식물 지식이 인용되고 수정되며 이동해온 과정과 책 밖에서 실제 식생이 형성되는 양상을 함께 추적한다. 이때 참조와 인용은 학술적 근거인 동시에 예술적 형식이 되며, 지식은 완결된 결과물보다 여러 시대와 주체가 계속 덧붙여가는 잠정적이고 집단적인 과정으로 제시된다.
작가의 문제의식은 생명체의 변형과 보존을 거쳐 돌봄의 윤리로 확장되어 왔다. 그는 생명이 인간의 미감과 산업적 필요에 따라 가공되는 과정, 과학적 연구를 위해 표본으로 제작되는 과정, 연구 목적을 다한 뒤 문화적·예술적 대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연속적으로 살펴본다. 여기서 보존은 대상의 물리적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뿐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다루며, 그 이후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결정하는 실천이 된다.
이소요의 독창성은 과학의 프로토콜, 박물관의 제도, 미술의 형식, 생명 윤리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예술이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구체적인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제시하는 데서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