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Whispers》(Gallery Hyundai New York Project Space, New York, USA, 2025) © Gallery Hyundai

언어는 자주 실패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명확하게 경계 지을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겨울과 봄 사이 겨울도 봄도 아닌 날들 처럼. 진실을 쪼개고 쪼개서 정확한 언어에 대입하려고 한들 언제나 사각지대가 있다. 어떤 진실은 영영 소리 내 말할 수 없다.

갤러리 현대가 주목한 40대 작가로 화제가 된 이진한은 ’번역 불가능한‘ 순간을 다룬다. 그는 영국 유학 시절 이방인으로 지내며,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의 간극, 내부도 외부도 아닌 위치, 관계의 틈을 자주 발견했다. 작가에게 그것을 메울 수 있는 것은 회화였다. 주로 자연을 모티브로 감정과 기억을 표현하는 이진한은 오랫동안 내러티브를 구상하다가 마침내 발견한 찰나의 순간을 빠르게 그려낸다. 서양 회화의 미는 붓질과 동양화의 당기는 붓질을 오가며 꿈같은 진실을 그러잡는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잡을 수 없을지라도 거기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사랑한다는 말에 전부 담을 수 없는 진실이 서로의 맨발이 맞닿는 감각 사이로 전해진다. 그런 순간은 어떤 언어로도 번역할 수 없어서, 언어가 자주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존 버거가 책 〈어떤 그림〉에서 말했듯이, 회화는 우리가 삶에서 목격하는 ”만질 수 없는 것들을 만질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예술만이 가능한 번역이다.

이진한은 자신에게 회화란 ”어둠 속 관객이 꽉 찬 연극무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의 모놀로그 퍼포먼스와 같이, 작가의 사적 언어가 세상의 언어와 충돌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의 그림 앞에 선 짧은 순간, 아주 솔직하고 친밀한 감각의 문이 열린다. 그곳에서 마음의 맨살을 맞대며 누락된 진실을 돌이킨다. 꿈같은 장면을 그린 그림 한 점이 현실을 사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는 것은 그러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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