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현대미술 얘기를 하자면 가끔은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그림이나 예술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작품들이 몇 천억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걸 보면 마케팅이 어떤 현상을 만들어내고, 그 현상에 대중들이 따라가면서 신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작품 자체로 그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작품성과 마케팅이 합쳐서 만들어낸 현상일까요?
서상익 저도 그 부분은 일부 동의합니다. 미술계가 지닌 문화적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권위가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렇기 때문에 왜곡되는 부분도 있고 작심하면 특정 스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이건 일부의 사례와 추측이고, 대부분은 납득할 수 있는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가 주목하고 있는 최근의 변화는 대중과 자본이 미술계에 들어오면서, 과거 소수의 특정 세력, 미술계 평론가, 학예사, 갤러리, 미대 교수들이 미술 권력을 지녔다면, 지금은 대중들이 지닌 힘의 무게가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젊은 작가들은 SNS를 통해 스스로 자기 작품을 선보이고,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은 이후 갤러리나 미술관이 작가를 선택하는 식으로 전시가 성사되기도 합니다.
즉 예전에는 권력의 세례를 받아야지 등단을 하고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대중들의 관심과 애정을 등에 업고 미술계에 등단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과거 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졌던 미술계는 다소 약해진 것 같습니다. 대중과 자본의 힘이 만들어낸 효과라 할 수 있겠죠.
김용덕 대중의 선호도는 분명 중요하고 또 대중의 선호도가 시장을 확장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서상익 단시간에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 있지만, 대중들의 취향은 금방 높아집니다. 작가의 삶과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상처 입고 어두운 작품에 대한 취향까지 진행되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대중의 취향은 금방 바뀌고 또 금방 높아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커피 문화도 맥심으로 시작해, 스타벅스를 통해 에스프레소를 알게 되고,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면서 더 좋은 공간과 더 좋은 커피에 대한 관심, 취향이 높아지며 우리의 커피 문화가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저는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선호가 점진적으로 한국 미술을 발전 시킬 것이라고 봅니다.
김용덕 그렇다면 작가님에게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경계는 무엇인가요?
서상익 미술이 꼭 심오하고 진지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되려 대중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캐쥬얼한 작업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작품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감각적으로 생기는 것이지, 예술의 경계를 단정 지으면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넌 이상형이 어떠니?”라고 물었을 때, 제 이상형을 뭐라고 대답 한들,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사랑에 빠진다고 규정짓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어떤 작품이든 감상자에게 이성적 혹은 감각적으로 다른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고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예술의 경계는, 경계를 짖지 않고 인식과 감각의 범위를 넓혀 주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