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akvonsuzip Project 01 - Site Records》 (Buyeon, 2026) © Eum Kixung. Photo: Choi Chul Lim.

문지리학자 이 푸 투안(Yi-Fu Tuan, 『공간과 장소: 경험적 접근』, 심승희·구동회 역, 대윤, 2005.)은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틀로 '공간(Space)'과 '장소(Place)'를 제시했으며 막연하고 추상적인 공간이 인간의 경험과 기억을 통과할 때 비로소 애착이 깃든 장소가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감각을 통해 환경과 묶여 있는 인간의 신체는 '장소'이며, 그러한 감각적 결박에서 벗어난 인간의 정신은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본인이 주목하는 ‘장소’는 끊임없이 변모하고 그 표면 위에 쌓인 시간의 흔적은 부지불식간에 소멸의 궤적으로 접어든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설계한 도시의 일부이든 자연의 섭리 속에 풍화되는 대지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의 풍화 앞에서 예외 없이 휘발 된다.

작년부터 시작된 ‘탁본수집 프로젝트’는 급격하고도 건조한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 곧 흘러내릴 것만같은 도시의 물리적 피부를 나의 신체와 밀착하여 물질적 실존의 층위로 복원해 내는 비타협적이고 고고학적인 아카이빙 행위이다. 여기서 ‘탁본(Rubbing)’은 단순히 특정 장소나 대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재진술하는 도구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대상을 고정하는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장소가 머금은 삶과 역사를 물리적으로 깨우고 두드리는 최초의 매개체에 가깝다.

Installation view of 《Takvonsuzip Project 01 - Site Records》 (Buyeon, 2026) © Eum Kixung. Photo: Choi Chul Lim.

그렇게 개최된 전시 《탁본수집 프로젝트 01 – 사이트 레코즈》는 지질학 샘플을 원료적으로 분석하여 평면으로 치환한 〈송월동 적토〉 (도판 위에 채굴된 점토, 31x62cm, 2026) 평면 시리즈부터 장소의 장소성을 탈구시켜 또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Terra-Cart〉 (2채널 사운드, 스피커, 채굴된 점토, 철판, 바퀴, 전선, 사진, 가변크기, 2026) 복합매체 시리즈 신작 등이 추가되었다.

지금 여기,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의 필드 스터디를 기반으로 지리적 지표를 재정의하고 점차 시간과 공간을 횡단하는 물질들의 존재론적 여정을 만들고자 했던 일련의 작은 프로젝트 성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References